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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프로젝트'이의있습니다"70년대판 노동환경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은 고도화한 섬유도시의 주역이 될 수 없습니다"

대구를 섬유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로 정부와 대구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밀라노 프로젝트'에 지역 노동계가 최근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올해부터 2003년까지 6천800억원을 투입해 마케팅, 디자인 산업, 과당경쟁 환경, 하청생산 관계 등 지역 섬유산업의 문제점을 개선,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체질로 구조조정하겠다는 것.

그러나 노동계는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밀라노 프로젝트가 겨냥하는 섬유산업 고도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대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대구지부, 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1일 '불법 주야 2교대 철폐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지역 10인이상 섬유업체 162개소 중 66.8%인 108개 업체가 불법 주야 2교대 근무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23일엔 이중 74개 업체에 대해 주당 노동시간 한도(56시간)를 초과하는 업무를 노동자들에게 강요했다는 이유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장을 냈다.이정림 대구 민주노총 의장은 "밀라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패션디자인 개발센터, 패션.어패럴밸리 조성 등 전시성 사업과 대기업 중심 지원 정책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구조를 고착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섬유산업의 발전방향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노동자들이 대립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대구시가 '벤치마킹'하려는 밀라노를 비롯, 이탈리아 중북부섬유산업 지대의 노동관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탈리아는 1950년대 저임금에 기초한 일본과 동유럽의 섬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고숙련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데 성공, 초일류 섬유산업 국가가 됐다.

경북대 이성진 박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섬유산업의 특징은 급변하는 시장수요에 발맞춘 다양한 제품을 그때그때 만들수있게 하는 유연한 생산체제. 이같은 체제는 노동자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고숙련 노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같이 유연한 생산은 완전 자동화한 기계를 저숙련 노동자가 단순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작이 가능한 복잡한 기계를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가 운전할 때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섬유산업에서는 저임금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시키거나 불량 요소를 몰래 투입하는 방식으로 생산비용을 낮추려는 시도가 노동자단체는 물론 고용주 조직, 국가와 지방정부에 의해서도 엄밀히 규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97년 법정노동시간이 주 40시간으로 규정됐으나 현재는 주 35시간 노동제가 노사정 간에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구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대구 섬유산업의 외형이 선진화된다고 해도 장시간.저임금.저부가가치 노동관행이 온존한다면 섬유산업 고도화는 불가능하다"며 "밀라노 섬유산업의 외형은 물론 노동관행까지 포함하는 전체 생산체제를 면밀히 연구해 지역 실정에 맞게 토착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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