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전 돌입 이후 처음으로 지난 주말 대구.경북지역 20곳에서 합동연설회가 열렸지만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동원된 청중들이 지지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등 구태는 여전했다.
특히 여야와 무소속 후보들은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의 병역과 납세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등 이번 선거부터 처음 도입된 병역과 납세실적, 전과기록공개 등을 적극 활용, 상대후보 흠집내기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소모적인 합동유세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력후보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청중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청중동원 사례는 합동연설회장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연설회를 통해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을 검증하기보다는 상대후보를 비방하고 청중동원을 통한 세 과시를 하는 구태의연한 선거문화는 변하지 않은 것이다.
2일 오전 열린 달서갑 합동연설회장에서는 이같은 청중동원 사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나라당 박종근 후보와 민주당 박기춘, 무소속 김한규 후보 등 유력후보들이 차례로 연설을 마치자 2천여명의 청중 가운데 3분의 2이상이 빠져나가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남구에서도 한나라당과 자민련 후보의 연설이 끝나자 대부분의 청중이 빠져나갔다.
구미 합동연설회에서는 민국당 김윤환 후보와 한나라당 김성조 후보가 각각 4번째와 6번째로 연설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연설회 막판까지 대부분의 청중들이 자리를 지켰다. 대구 북갑 연설회장에서는 선거운동원들이 돈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돌리다가 적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청중동원을 통한 불법선거운동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연설 내내 다른 후보와 다른 당을 비난하거나 지역공약 개발을 장황하게 남발하는 후보들도 적지 않았다. 대구 북을 연설회에서 한나라당 안택수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을 62번이나 지칭, 비난하는 바람에 빈축을 샀다. 안 후보는 또 군대를 가지 않은 타 후보가 자신의 병역의혹을 집중 제기하자 "제2국민역은 병신들"이라며 막말을 하는 바람에 구설수를 자초했다.
동구 합동연설회에서는 민국당 서훈 후보는 "영화배우가 국회의원이 돼서 제대로 하는 것 본 적이 있느냐"며 시종일관 상대후보를 비난하고 병역의혹도 제기했다. 대구 수성갑 합동연설회에서 자민련 박철언 후보는 "젊은이들이 학도병으로 조국을 위해 쓰러져 갈 때 홀로 해외로 빠져나가 8년간 장기체류하면서 끝내 군복무를 하지않은 후보가 누구냐"며 상대후보의 병역의혹을 공격했다.
문경.예천연설회에서 자민련 신국환 후보는 한나라당 신영국 후보를 겨냥, "기업을 부도내고 국회봉급까지 차압당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재산을 은닉,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남발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구미 합동연설회에서 한나라당 김성조 후보는 도청 이전을 약속했고 영천에서도 민주당 정동윤 후보와 한나라당 박헌기 후보가 경쟁적으로 도청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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