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구제역 파동...위기의 농촌-"망하면 어떡해요"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3일 오후1시30분 경주시 외동읍 구호리에는 20여 축산농들의 한숨과 절망이 마을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

파주에 이어 홍성지역 구제역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150두 한우를 사육중인 이 마을 남호경(51·전국 한우협회 경북도지회장)씨는 사료를 주다말고 그만 주저 앉고 말았다.

마을 입구에 모여 앉은 다른 축산농들의 얼굴에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잦은 소값 파동에도 축산농의 꿈을 잃지 않았던 이 마을 사람들은 파주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일시에 전염병 박멸에 나서지 않은 정부의 늑장 대처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구제역 발병위험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소독약 살포, 예방접종 등 후속대책이 가시화되지 않는 것도 이곳 농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우 130두를 사육하는 이 마을 우만곤(54)씨는 "시.군당국이 비상방역대책에 나선다는데 이곳에는 왜 소독약인 생석회 지원이 없느냐 "며 당국의 신속한 대처를 아쉬워했다.

20년간 한우 사육을 해온 김현제(경주시 외동 활성리)씨는 "정확한 원인규명이 판명되어도 6개월 방역을 철저히 해야할 판국이니 이제 축산농은 알거지가 될 형편"이라며 긴 한숨을 몰아냈다.

구제역은 축산농가뿐 아니라 우시장도 강타했다. 소떼가 우글거리던 경주 외동우시장 등 각 우시장에는 3일 구제역 소독약이 담긴 분무기 소리만 요란했다. 경주지역 우시장중 두번 째 규모인 외동 우시장은 3일 110두의 소가 출시됐으나 두당 소값이 10만~20만원 가량 폭락한데다 매매도 한산해 이날 오전 10시 폐쇄됐다.

절망의 한숨을 내쉬기는 양돈농가들도 마찬가지 였다.

고령읍 장기리에서 양돈을 하는 방길(63)씨는 "이제 구제역으로 망하는 것 아니냐"며 절망감에 빠져 고령군에서 지급한 방역 대비책에 대한 유인물을 읽고 있었다. 돼지수출 농가들의 모임인 고령축협양돈축산계 회장 김종구(53)씨는 "지난 98년 IMF로 위기에 빠졌으나 지난 해 부터 돼지가격이 회복돼 허리를 좀 펴는가 했더니 이번에 구제역 파동이냐"며 울상을 지었다.

축협고령 공판장장인 구자룡씨는 "구제역 파동의 가장 큰 문제는 이 파동으로 입식농가가 입식을 포기하게 되면 국내 축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진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농가의 불안심리를 빨리 해소해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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