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얼굴'은 과연 몇개일까

'인류 정신에 있어 가장 불가사의한 힘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대답이 나올지 모른다. 만일 사람의 정신 속에 내재된 놀라운 힘인 동시에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복잡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를 부정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시인 예이츠가 '오 사랑은 구부러진 것, 그 안에 있는 것을 다 알아낼 현명한 이는 아무도 없네'라고 노래했을까.

하지만 사랑은 때로 소모적이고 진부하다. 우리의 삶에 작용하는 상상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사랑은 창조적인 동시에 파괴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운 것이다. 이렇듯 사랑은 많은 신비와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영국 유수의 신문과 잡지에 특집기사와 에세이 등을 기고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저널리스트 메건 트레지더의 '사랑의 비밀'(손성경 옮김.문학동네 펴냄)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사랑을 종합하고 해부한 책이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통찰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사랑의 심오한 의미를 이야기해주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는 인간 감정의 원형을 새로 복구시키고 있다.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저자는 '에로틱한 사랑'에 중심을 두고 있다. 사랑과 성의 관계, 영원한 사랑의 개념, 사랑의 상징, 변화하는 남녀관계,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 매력의 신비로운 작용 등 사랑의 풍부하고 복잡한 의미들에 대해 짚어보고 있다.

그리스어의 '에로스' 혹은 '정열적인 사랑'은 결합을 결정짓는 거부할 수 없는 힘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과 하나가 되려는 강하고 성적인 것이 분명한 '욕망'이다. 그러나 에로스의 성적인 내용은 언제나 철학자들의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면 사랑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향연'에서 사랑을 '무의식 속의 이상적 이미지와 결합하려는 욕망'으로 묘사했다. 사랑을 이렇게 본다면 에로스란 순수하게 정신적인 욕망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은 영적인 것이라는 플라톤적 개념은 수세기 동안 기독교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사랑에 대한 생각에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철학들이 사랑이란 다면적인 감정임을 인정하지만, 에로틱한 사랑이 영적인 면과 모순된다는 생각은 주로 서양의 중세사회에서 나타났다. 반면 동양의 종교들은 사랑이 정신적인 행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인정해왔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저자는 성적 욕망과 감정, 가치 등의 서로 모순되는 것들이 뒤섞여 혼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적 원리에 기초한 일관성 있는 사랑의 이론을 최초로 제시한 인물은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그는 사랑을 생물학적 충동으로 보고 자신의 이론을 전개했다. 이런 충동은 불면증과 악몽, 환각, 창백함, 집중력의 결여와 식욕 상실 등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사랑을 갈구하는 연인들이 보이는 고전적인 증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심지어 11세기 콘스탄티누스가 쓴 의학서 '비아티쿰'에는 에로스란 남자들의 뇌에 생긴 병이라고 정의하고, 염증을 가라 앉히는 방법으로 창녀들에게 의지할 것을 권하고 있다.

냉철한 분석과 풍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제시한 이 책은 인간의 매력을 형성하는 육체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과 불가분의 요소들에 대해 감각적이면서도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세계 곳곳에서 영속해온 사랑이라는 신비로운 현상의 공통된 특질들을 설명한 텍스트와 250여점의 일러스트레이션도 볼 만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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