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의 갑작스런 유고(有故)에도 일본이 흔들리지 않고 차분히 대응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일본 자민당 연립정권은 뜻밖의 국정.최고책임자 공백 상황을 맞았음에도 신속한 사후 절차로 모리 요시로(森喜朗)자민당 간사장을 후계총리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자민당 비주류파벌 지도자들이 권력 투쟁을 자제, 모리 총리를 전폭 지지함으로써 개인의 정치 야심이나 파벌의 이해보다 정국 안정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은행은 오부치총리의 유고가 확인된 3일 '일본 경제가 확실한 길로 접어들었다'는 내용의 단기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고 도쿄 주식시장도 오히려 주가가 2%나 뛰어올랐다.
이러한 모습들은 한마디로 일본 정치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될만하다 할 것이다.
어느 나라든 국정 최고책임자의 공백은 외교와 내치(內治)에 상당한 혼란을 초래하기 마련이지만 일본은 이미 정치와 사회체제가 '지도자 유고'와는 관계없이 스스로 잘 굴러가는 성숙된 나라의 면모를 갖추었다고 보아 마땅하다.
이웃 나라인 우리로서는 동북아 안정과 세계 평화라는 측면에서 새삼다행럽다.그러나 일본이 이처럼 '오부치 충격'에 신속히 대응했다해서 문제가 없는것은 아니다. 우선 자민당내 계파의 이합집산이 불가피해졌으며 일본정계의 본격적인 개편도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 '모리'내각이 출범하기는 했지만 압도적인 다수가 아닌 소수 연립 내각인만큼 벌써부터 '잠정 내각'인가 아니면 '본격 정권'인가를 두고 논란의 소리가 높다. 이것은 자칫하면 일본정치가 상당기간 표류할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새 내각은 6개월이내에 국회해산, 조기 총선 등 승부수를 내세워 정면 돌파하는 임시내각의 성격을 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한시성(限時性)을 가진 모리 내각이 국내적으로 정치안정과 경기회복을 이룩할 수 있을는지 관심이 간다. 또 오는 7월 오키나와에서 열릴 'G-8 정상회담'을 제대로 치르기 위해서는 일본 국내정치가 안정돼야하는 만큼 모리의 한시(限 時) 내각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한일간에는 독도 문제를 비롯 역사 교과서, 일왕(日王)의 방한, 북.일수교 등 현안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만큼 새로 출범하는 '모리'내각이 빨리 안정, 한.일간의 신뢰가 더욱 돈독해져서 대북(對北)공조를 비롯한 국제협력관계를 한층 발전시키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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