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꿈꾸는 N세대(하)생활패턴과 특징

3일 오후 달서구청소년수련관. 10여명의 '고딩' 춤꾼들이 '헤드스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단지 춤이 좋을 뿐이에요. 춤으로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나중에는 요리를 배워볼 생각이에요"

이마에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닦으며 나영지(18·고3)군은 춤 잘추는 게 뭐 별거냐는 듯 말한다.

N세대. '인류 역사상 가장 왕성한 호기심과 창의력, 강한 개성을 가진 젊은 세대'라며 X세대의 뒤를 이어 각종 매체에서 각광받고 있는 단어다.

N세대는 인터넷에 익숙하며 '예', '아니오'가 분명하고 직접적 인간적 접촉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한 접촉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또 개별적으로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지만 팀워크와 남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면 N세대는 정말 있을까. 일부에서는 N세대를 한동안 인기를 얻다 사라진 '미시족'의 예처럼 소비를 충동질하기 위한 장사꾼들의 말장난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나 군과 그 친구들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YWCA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천200명 가운데 '자신이 아무 세대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9%로 가장 많았다. '난 N세대'라고 응답한 학생은 26.8%였다. 스스로 N세대라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모든 문화를 수용한다', '디지털문명에 익숙하다' 등을 꼽았다.

N세대론이 부상하고 확산되는 메커니즘의 중심에는 광고가 있다. X세대와 마찬가지로 N세대를 처음 주목한 곳은 기업이다. 새로운 구매층으로 급부상하고 있고 어느 세대보다 변화에 민감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요 구매현장은 인터넷상의 전자상거래 쇼핑몰이다. 이른바 '잠재 소비계층'인 N세대의 무한한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기업들은 'N마케팅'에 부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 N세대가 '한덩어리'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은 확보하고 있는 정보에 기인한다. 개별 구매력은 성인층에 못 미치지만 쇼핑 정보를 공유하며 떼를 지어 몰려드는 이들을 기업은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주체가 아닌, 자신들이 직접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소비환경을 만들고 있다.

N세대가 그 앞세대와 구별되는 부분은 또 있다. 이들은 기존 사회체제를 답습한다고 해서 안정된 삶이 보장되지는 않으며,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달서구 청소년수련관에서 '그래피티'를 배우는 권현숙(17·고1)양은 "미술에는 관심이 많지만 꼭 대학을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한다. 권양은 "특정한 일에 자신을 몰입시킬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은 재미"라며 "내가 싫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성세대들이 새로운 흐름에 동떨어져 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컴퓨터에 접근해 그들의 문화에 익숙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세대간 갈등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한다.

기성세대 가운데 이들의 출현을 반기는 이들이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기성세대와 다른 변화를 이끌 기운이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중독을 걱정할 만큼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이들의 고집스러움이 제 갈피를 잡으면 폭발적인 힘으로 변화를 이룰 것이란 기대다.

문제는 디지털 혁명의 주인인 이들의 도전정신을 제대로 풀어주는 어른이 없다는 데 있다.

일부 학자들은 N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간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정 내의 대화 복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상업적인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N세대는 '지식'은 많을 수 있어도 아직 '지혜'를 갖추기에는 연령층이 너무 낮다는 것.

N세대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들 스스로도 디지털에 익숙함에 자신감을 가지면서도 기성사회에서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미래의 주인은 분명 이들이지만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책임은 지금의 '어른'들에게 있다.

-李尙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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