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4·13 총선전은 개개인의 당락여부가 제일의 관심사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여야 각 정당이 몇 석의 의석을 확보하느냐도 향후 정국의 풍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전국적으로는 여야 의석 수가 당장 김대중 정권 후반기의 정국 운영이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야 어느 정당도 과반수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틀리지 않다면 총선 이후 정국도 순탄치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시야를 대구·경북 지역으로만 좁힐 경우는 어떤가. 특히 이곳은 노태우 정권 이후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다시피 한 곳이라는 점에서 흥미요소는 더욱 많아진다. '맹주'는 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맹주없이 구심점을 상실한 채 여야는 물론 그 내부에서 마저 군웅할거의 상태로 접어들 것인지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여야 의석 수는 총선 이후 멀지 않은 시점에 막이 오를 대선 정국의 나침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의 대상이다. 또 이 지역 총선 결과는 향후 여야의 대권후보 경쟁 구도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일기예보'의 성격마저도 가진다.
한나라당이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예측대로 이 지역을 석권하다시피 할 경우 구심점을 상실한 한나라당내 대구·경북지역 인사들은 급속하게 이회창 총재의 '우산'속으로 흡수될 전망이다. 이 총재가 지역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여곡절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 내부에는 '대항마'감이 별로 없도록 해놓았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에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지난 2월 한나라당의 총선후보 공천 결과, 이 총재에게 미래의 '걸림돌'로 작용할 인사들은 거의 제거됐다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 이회창 진영 즉 민주당이나 자민련, 그리고 민국당이나 무소속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민주당의 예상 의석 수는 최대 4, 5개 정도다.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인사는 김중권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전 실장은 민주당내 신주류의 중심인물로, 구주류 즉 '동교동'의 견제를 받겠지만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강력한 당권도전자가 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권 후보의 반열에도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자민련의 최대 예상치도 4, 5개 의석이다. 주목 대상은 박철언 의원이다. 박 의원은 이미 대권도전 선언을 한 상태로 6공의 황태자에서 경쟁력 있는 대권후보로의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의 고비도 이번 총선이다. 지역 정서가 정당 중심으로 흐를 경우 그는 꿈을 접어야 할 것이다.
민국당 역시 킹메이커 김윤환 의원이나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수성 전 총리 및 김현규·허화평 전의원 등 몇 몇 인사들 때문에 관심의 대상이다. 민국당이 예상하는 의석 수는 5석 안팎. 이들의 당선은 곧 인근 지역 한나라당 인사들을 갈등하게 만들 수 있는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한나라당내에서 지역 출신 대권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경우 한나라당 인사들의 갈등은 도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두사람의 낙선은 정계 은퇴로 이어질 것이다.
무소속의 경우 이번 선거의 특징이기도 한 퇴조현상이 뚜렷하지만 이들이 당선될 경우 여야 의석 수의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의 작은 변수는 될 수 있을 전망이다.
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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