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주고 뺨맞은 南北음악제

지난 5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한 합동 국제음악제는 서울공연 대가를 별도로 요구하는 북한측의 무리한 요구로 결국 무산됐다. 이 음악제는 평양음악제에 출연하는 우리 음악인들이 출연료를 받기는커녕 되레 100만달러의 웃돈을 얹어주는 기형적인 형태로 시작, 처음부터 말썽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개막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북한측이 이미 취소된 서울 공연의 대가를 요구하며 평양 공연 자체를 무산시킨 것이다.

북한측은 이미 MBC주관의 평양공연에서 코리아나의 노래를 꼬투리 잡아 출연금지 시킨 바 있거니와 이번에 다시 음악제를 앞세워 이같은 행패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키 어렵다. 남북한이 문화를 교류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문화의 교류란 상호대등한 입장에서 주고 받는 것이지 이번처럼 출연하고 웃돈 주는 것도 모자라 열리지도 않은 서울공연의 출연료를 지불하라는 식의 생떼는 교류가 아니라 '저자세 구걸교류'에 불과한 것임을 지적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무엇이 그리 급해서 이처럼 저자세 문화교류를 서두르고 있는지 우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북한은 얼마전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베를린에서 밝혔듯이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자세를 그대로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료와 양식을 받고도 남북대화와 이산가족 방북(訪北) 문제를 논의키로한 당초 약속을 애써 외면해버린 것이 저들의 변함없는 대남(對南) 전략이다. 이번에도 평양음악제를 빌미로 100만달러를 받고는 '남한의 문화가 북한에 밀려들기전'에 황급히 판을 깨버린 것은 바로 저들이 즐겨 써온 수법 그대로다.

그럼에도 우리는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앞다투어 북한에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하겠다는 식으로 양보만 하다보니 이번 같은 100만달러를 떼이고 게다가 명성 높은 음악인들이 줄줄이 허탕을 치는 '국제적 망신'까지 당한게 아닌가 싶다. 사태가 이처럼 꼬이게 된 것은 북한측은 정부차원의 아태위가 남북 교류를 총괄하는데 비해 우리측은 민간단체와 기업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너도 나도 남북교류에 나서고 있는통에 북한에 이용당하는 면이 없지 않다.

때문에 우리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책임있는 정부의 공식기구를 내세워 대북교류사업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남북교류에 허겁지겁할 것이 아니라 사태의 완급과 시비를 가려서 따질것은 따지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할 것이다. 결코 북한의 생떼를 무턱대고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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