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 시작과 함께 농·공·상업계 고교 3개가 모습을 바꿨다. 별 특색도 없던 군 단위 실업계 학교가 특정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특성화 고교로 변신한 것.달성정보고, 경산자동차고, 청도전자고 등 3개 학교. 지난달 신입생들이 입학한 이후 학교 전체를 소리없이 뒤덮는 변화 물결에 휩싸여 있다.
수년 동안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을 면치 못하던 이들 학교는 올해 신입생-특성화 1기부터 모집정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만큼 신입생 수준이 올라간 것은 당연한 일. 한달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학교생활에 금새 적응하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2, 3학년생들도 덩달아 바뀌고 있다. 입학부터 정원미달로 출발해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지 못한 채 지각, 조퇴, 결석이 끊이지 않던 2, 3학년 교실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특성화는 실업계 학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책적인 예산투자와 시설확충, 교사 전문화 등을 통해 전문가를 길러내고자 하는 이들 학교는 벌써 실업계 고교 정상화라는 망외의 소득을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달성정보고
'선생님 퇴근하지 마세요'
전자상거래와 멀티미디어 분야 특성화 고교로 올해 거듭난 달성정보고 학생들은 요즘 교사들을 엄청 힘들게 만든다. 방과후 실습실에만 들어가면 밤늦게까지 일어날 줄을 몰라 지도하는 교사들의 퇴근을 막고 있는 것.
특성화한 만큼 시설은 대학 수준 이상이다. 이미 갖추고 있는 멀티미디어 실습실과 정보처리 실습실에 이달부터 컴퓨터 출판물 실습실 공사에 들어간다. 2학기에는 사이버통신 실습실도 마련된다.
교사들도 정예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산부전공 교사 3명이 힘들게 꾸려왔으나 올해 2명의 전공교사가 특별채용됐다. 내년에도 3, 4명의 전공교사를 채용할 계획.
그러나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학생들이다. 신입생의 경우 1차 모집에서 정원을 넘겼으며 중학교 때 학급에서 상위권 학생들도 적지 않다. 수업에 대한 열의는 일반계 고교 이상. 방과후 실습실을 개방하자 1학년생 대부분이 몰려들었다. 2, 3학년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으로 1학년들과 함께 실습실에서 어울리며 밤늦게까지 매달리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학교측은 올해 학생 80%이상이 전산관련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 지난해까지 20~30% 정도에 그친 데 비하면 지나친 기대일 수 있으나 학교 관계자들은 "두고 보라"고 확신했다.
5명의 정보과 교사들은 학생들보다 더하다. 매일 아침 회의를 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고 수업 틈틈이 연구에 몰두한다. 이달부터는 멀티미디어와 전자상거래 관련 교재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매일 밤10시까지, 철야근무도 마다않겠다는 각오다.
김언오(38) 교사는 "특성화가 되자 교사들도 공부하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밀린다는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경산자동차고
'3년만 지나면 누구나 자동차 박사가 된다'
경산시 자인면 북사리에 국내 첫 자동차 전문학교로 문을 연 경산자동차고등학교. 특성화와 함께 기존 교과 과정은 전면 수정됐다. 자동차의 구조·정비·전기·기초제도·법규 등 그야말로 '자동차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빠짐없이 다룬다.
교사진도 자동차 관련 기업체 엔지니어 출신들로 구성돼 현장의 생생한 기술을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우선 올해 경북도 교육청에서 선발한 4명의 자동차 교사자격증 소지자 전원을 배정 받았고, 내년에도 5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수업은 자연히 딱딱한 이론과정보다 현장위주의 학습을 더 중시한다.
학생들은 학급당 30명 정원의 소수 정예로 편성됐다. 대구·청도·영천·포항·의성·군위 지역과 멀리 강원·경기·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자동차 박사가 되기 위해 몰려든 예비 기술자들이어서 잠시도 진지한 눈빛을 놓치지 않는다. 2, 3학년들도 기술자를 그저 '기름쟁이'정도로만 여기고 대충대충 학교생활을 때우던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졌다.
강극수 교장은"취업위주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방과후에 열리는 댄스반, 축구반, 연극반 등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이 더욱 돋보인다"는 설명이다. 전교 학생들로부터 단연 인기를 독차지 하는 댄싱 그룹'SURFING', 컴퓨터를 친구로 삼는'CAD/CAM'반, '북사리그'로 명명된 축구반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측은 오는 2002년까지 31억원을 투입하는'학교발전 3개년 계획'을 마련하고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계실습실, 현대식 자동차운전 코스, 다목적 강당 등이다. 당장 이달말쯤 대단위 생활관이 준공돼 자취, 하숙과 장거리 통학생들의 짜증과 불편을 덜게 됐다.
-경산·金成祐기자
---청도전자고
청도군 풍각면에 있는 청도전자고의 2000학년도 신입생 모집에는 예년과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30~40명 미달하던 것이 정원을 넘은 것은 물론 고입 재수생은 단 한 명도 없다. 포항서만 15명이 지원하는 등 경산, 밀양, 창원 등 각지에서 멀티미디어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몰려왔다. 멀티미디어과를 신설, 특성화한 결과다.
특성화를 위해 지난해만 3억여원어치의 기자재가 들어왔다. 올해 이후에도 영상스튜디오, 음향기기, 멀티미디어 기기 등 8억여원을 들여 기자재를 구입해나갈 계획. 올해중 컴퓨터 그래픽실, 영상스튜디오실, 미디어음향실 등 3개 실습실이 신축된다.
30명당 1학급으로 편성된 학생들은 실습 때 15명씩으로 나눠진다. 정예교육을 위해 교사들이 수업시간 증가 부담을 찡그린 표정 없이 받아들인 덕분이다. 대학 수준의 시설과 교사진을 갖추고 보니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고교만 졸업해도 취업은 물론 벤처 창업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학교측은 조만간 관련 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을 계획. 시설과 교수진을 상호 이용하고 일정 수의 학생들에게 장학혜택과 함께 결연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김달현 교장은 "교육부에서 지원하며 권장하는 내용이므로 대학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면서 "올해중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성화 이후 조금씩 변화가 보이자 학교측은 지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대회 개최와 견학을 준비하고 여름방학중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컴퓨터 교육을 계획하는 등 학교 알리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도·崔奉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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