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한결 게으름을 부르는 이 계절, 한 권의 시집을 들춰 보는 것도 시절의 변화를 가까이 느끼기에 더 없이 좋다. 잇따라 나온 향토 시인들의 시집에서도 이런 새로운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시조시인 류상덕씨의 신작 시집 '비우고도 또 남거든'(대일)은 60이라는 인생의 전기에서 지켜본 삶과 죽음,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견디는 완숙한 시정이 담겨 있다. 삶에 대한 성찰과 사랑과 그리움, 현실에 대한 연민과 저항의 문제, 일상과 계절의 노래를 나란히 담았다.
시인은 절망했던 일상의 늪에서 눈을 들면 보이는 화려한 봄빛을 시로 바꿔 내보이기도 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스스로를 비워내는 여유로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삶에서 '비워내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큰 주제로 잡고 자기 성찰과 다짐으로 연결시키려는 시인의 마음을 이 시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윤현씨의 세번째 시집 '적천사에는 목어가 없다'(모아드림)도 자기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시집이다. 각 시편에는 들뜬 삶보다 고요와 적멸의 세계를 지향하는 시인의 마음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어둑한 곳/햇빛을 피해 습기에 젖어/자신부터 썩힐 일이다/사십 년 이상을 아무도 몰래/자신의 속을 다 썩히고 썩혀/형체까지 허물어 버리는 일이다/뒤안길 너머 햇빛을 보지 못해도/손길 보내는 이 없어도 참아볼 일이다/혹시 언젠가 필요하여 찾을 일이 있을지"('곰팡이')
'분단시대'동인으로 함께 활동한 시인 도종환씨는 "자신부터 썩히는 낮아지는 삶에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내거나 아무도 눈길 주지 않고 손길 보내지 않는 곳으로 조용히 시선을 옮기는 시인의 관조적 시세계가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해설에 적었다.
한편 김명숙씨의 두번째 시집 '초록바람이 되어'(성바오로)에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그리움의 서정이 짙게 배어 있다.
시집 전편에 등장하는 '당신' '님' '그대'를 향한 시인의 노래는 때로 꽃으로, 향기로, 바람으로 그 이름을 바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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