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일동포 100년-24)문화예술 활동

1980년 10월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의 한 공연장에서 재일동포 2세들이 마련한 가야금 연주, 샹송, 록, 바이올린 연주 등이 소개된 '재일2세 예술가의 밤'이라는 공연이 3일동안 열렸다. 이날 공연 행사 중에는 극작가 오태석씨를 초대하여 한국현대연극 '초분'도 함께 무대에 올려져 성황을 이뤘다.

이날을 계기로 재일동포 예술가들은 스스로 결속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마련키로 했다. 재일동포사회에도 세대교체가 진행돼 지금은 일본에서 출생한 2세 이후 세대가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그들은 민족적 문화양식을 잊지 않으려고 갖가지 분야에서 문화·예술활동을 계속해 왔다. 재일동포로서의 민족적 자아를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미 오래전부터 젊은 세대층에서 자발적으로 전개돼 왔다.

1980년은 재일동포 문화예술인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해였다. 그해 4월 가야금의 대가인 성금련의 전통을 이은 지성자씨가 도쿄와 오사카에 각각 연구소를 열고 공연과 후진양성에 들어갔고 7월에는 교토(京都)에서 제1회 한국가곡의 밤이 열렸다. '봉선화의 노래'라는 부제로 한국의 성악가들이 펼친 이날 행사에는 2천여명이 넘는 청중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

12월에는 도쿄에서 '재일한국인 예술의 밤'이 개최됐는데 양악, 국악, 팝뮤직의 밤 등이 3일간에 걸쳐 계속돼 폭넓은 문화예술단체 결성의 기운은 더욱 높아졌다.그로부터 2년후인 1982년 11월6일 '재일한국문화예술인협회'(문예협) 창립총회가 도쿄 한국문화원홀에서 열렸다.

이같은 재일동포들의 문화예술 활동의 영향으로 일본 문화인들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등 몇몇 일본인들의 발의로 명창 김소희 여사를 초청, 본격적인 판소리 일본 전국 순회공연도 개최됐다. 그후 문예협의 계속된 활동으로 지금은 일본 전국 각지에서 한국관련 각종 문화공연행사들이 열리고 있으며 수많은 재일동포 문화예술가들도 배출되고 있다.

연중행사로 열리는 '10월마당'은 민단, 조총련을 포함해 일본인들도 참가하는 큰 문화행사로 자리잡았고 민단 청년회가 주최하는 '코리안페스티벌'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같은 재일동포들의 문화예술활동은 스스로 민족적 자아를 찾으려는 동기에서 시작했으나 이제는 한국의 고유문화를 일본에 알리는 훌륭한 문화사절의 역할도 동시에 갖게됐다.

- 朴淳國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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