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다 한 순간의 실수로 감옥 살이를 하다가 출소한 뒤에도 평생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사는 사람들이 많다. 일정 기간의 사회 봉사나 재산 헌납에 그치지 않고, '마음의 죗값' 때문에 그늘진 곳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하면서 고행을 하다가 삶을 마감하는 경우마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희망이 남아 있으며, '죄는 미워도 인간은 미워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게도 한다.
▲보통사람들이 그러하다면 전직 대통령의 아들 같은 사람은 죄를 지었을 때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지난 97년 기업인들로부터 66억여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같은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징역 2년이 확정된 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때 잔형 집행을 면제받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둘째 아들 현철씨는 어떠했는가.
▲특별사면을 받은 그는 약속과는 달리 대선 자금 70억원을 헌납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43억여원을 때내어 유죄판결에 따른 벌금·추징금·세금 등을 내고, 나머지를 사회복지재단과 수재의연금 등으로 기탁했었다. 그래놓고도 그는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하는 등 국민을 기만해 자숙은 커녕 '너무나 염치없는 짓'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현철씨가 이번에는 우리에게 더 큰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부인과 함께 7일 미국에 입국하려던 그가 텍사스주 댈러스 공항에서 되돌아 와야 하는 촌극을 빚었다. 중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에 대해 엄격한 미국 정부의 이번 입국 거부 조치는 그가 특가법 위반(알선수재·조세포탈)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됐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철씨 사면은 당시 국민의 90%가 '절대 불가'라고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이뤄졌다. 그 결과 '사면권 제한 입법 운동'까지 거론되기도 했었다. 이번 현철씨에 대한 미 입국 거부는 그의 사면이 민주주의의 기초인 법치주의의 유린, 국민의 도덕감에 끼쳤던 해악을 새삼 되짚어 보게 할 뿐 아니라 '국가적 망신'이라는 또 한번의 수치감과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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