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대감 해소 통일 첫단계 신호탄

남북 정상회담이 분단 사상 최초로 오는 6월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는 지난 반세기 동안 남북한간에 쌓인 상호 불신과 대결을 종식시키고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 도래를 예고해주고 있다. 21세기 벽두의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여는 한편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냉전의고도로 남아있는 한반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 올 전망이다. 정상 회담의 개최 합의와 관련, 그 의미와 전망 파장 등을 다각적으로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그간의 남북상호 불신과 뿌리깊은 적대감을 해소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면서 한반도 냉전구조를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

조심스럽지만 55년만에, 또 남북한에 각기 정권이 수립된지 51년만에 남북한 정상이 처음으로 자리를 마주하게 됨으로써 이번에는 마침내 '기대가 현실로' 이뤄지는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주된 관측이다.

남북한은 10일 합의문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하여 정상회담을 오는 6월 12~14일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남북정상회담 성사는 우선 한반도에 통일의 첫 단계인 남북교류협력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이번 합의는 남한이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경제재건 지원, 국제적 진출 협력을 제공하고 대신 북한의 대남 무력도발 포기 및 핵.미사일 개발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지난달 9일의 베를린 선언과 이를 북측이 이해함으로써 도출됐기 때문이다.따라서 6월의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봉,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치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돼 남북관계의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당국간 대화가 교착상태를 맞으면서도 꾸준히 확대돼 왔던 남북간 인적, 물적 교류도 더욱 증대됨으로써 바야흐로 진정한 남북화해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한반도내 변화는 자연 동북아시아 전역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일본의 관계정상화도 물론 가속화되리라는 관측이다.

물론 북한과 미.일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등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우려와 상호불신풍조가 여전히 두터운 것이 사실이지만 남북관계의 해빙에 따라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 대통령이 그동안 일관되게 추진해왔던 대북 포용정책의 결과 북한이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는 것도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구축에 한몫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상회담에 대한 우리측 제의에 대해 북측이 수용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미.일 관계 개선을 위해 수년동안 접촉을 벌여왔지만 남한과의 실질적 관계개선 없이 이들과의 수교가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을 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북한이 진실로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을 경우 남북정상회담은 일사천리로 나갈수도 있고 주변국도 이를 방해할 이유가 없어 20세기 말까지 냉전의 차가운 기운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동북아에 평화의 훈풍이 불어올 분위기가 성숙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는 최고 지도자의 정상회담으로도 풀기 어려울만큼 복잡한 대목이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의제와 절차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이번달 남북한의 준비접촉에 남북 모두 성실히 임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어쨌든 남북정상회담은 성사 그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상징적 무게가 크다.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정상이 대좌함으로써 남북관계와 한반도 냉전구조 종식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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