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운동학

미국의 아이젠하워와 루스벨트. 대통령을 지냈다는 것 말고도 두 사람에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걷기로 난치병을 치료했다는 것.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심장병을, 루스벨트 대통령은 천식을 오로지 걷기로 치료했다.

자동차가 보급되기 전 사람들은 하루 일과를 걷는 것으로 시작해서 걷는 것으로 끝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다리 쓸 일이 그리 많지 않다. 자가용을 타고 출퇴근하고 책상에 앉아 하루를 보낸다. 고층을 오를 때도 계단 대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니 걷는 일과 담 쌓고 사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지방 태우기엔 달리기보다 걷기가 특효

사람의 근육에는 붉은 색을 띠는 적색 근육과, 흰빛을 띠는 백색근육이 있다. 적근은 오래 서 있거나 걷기 등 느릿느릿한 운동을 할 때 사용돼 지근섬유라고 불린다. 반면 백근은 역기 들기나 100m달리기 등 빠른 동작이나 순간적인 힘이 필요한 운동에 사용돼 속근섬유라 한다.

둘은 소모하는 에너지원도 다르다. 적근은 주로 지방을 사용하지만, 백근은 탄수화물만 사용한다. 말하자면 지방을 태워 없애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근섬유를 사용하는 운동이라는 얘기. 그래서 100m 달리기나 힘든 역기들기 보다는 지근섬유를 사용하는 걷기가 살 빼는데 훨씬 좋다.

◇걸으면 나쁜 콜레스테롤도 줄어진다

운동 부족증으로 생기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대부분의 성인병엔 걷기가 특효약이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의 기전을 살펴보자.

순환기 질환의 위험인자는 바로 콜레스테롤. 그런데 이것에도 고밀도(HDL)형과 저밀도(LDL)형이 있다. 혈액에 HDL이 증가하면 동맥경화가 예방되고, 반대로 LDL이 많아지면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걷기가 좋은 것은, 이것을 꾸준히 할 경우 HDL이 증가하기 때문. 그 덕분에 고지혈증이 해소된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최고 혈압이 200mmHg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한계를 안고 있기도 한데, 걷기는 이런 조건에 맞도록 혈액순환을 개선해 혈압을 낮춰 주기도 한다.

◇최소 20분 이상 걷자

걷기는 또 산소를 충분히 받아 들이면서 심폐 지구력을 기르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체중의 3, 4배에 이르는 충격이 가해지는 달리기와 달리, 걷기는 발목·무릎·허리 등에 충격을 주지 않고 하체와 관절을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

뿐만 아니라 불면증이 해소되고 변비가 없어지며, 자신감이 넘쳐나는 등 걷기는 다양한 효과를 선물한다.

그러나 걷기를 통해 심장병 등 여러가지 성인병을 예방하려면 1회에 최소 2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운동시작 20분이 지나야 근육이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 따라서 가능하면 30분 이상 걷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지방 조절 뿐 아니라 심폐기능 향상까지도 도모하려면, 보통보다는 다소 빨리 걷는 것이 좋다. 시속 6km 정도 속도, 혹은 땀이 조금 밸 정도가 그것. 1주일에 한번 몰아서 힘든 등산을 하는 것 보다, 매주 3~5차례 가벼운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에 훨씬 좋기도 하다.

◇슬리퍼는 금물

걸을 때 주의할 것은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발 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도록 걸어야 한다. 무릎관절이 펴질 정도로 걸음 폭을 넓히고, 등은 펴고 배는 당겨야 한다. 눈은 5~10m 전방을 보며, 팔굽은 가볍계 굽히고 힘차게 흔든다. 팔을 크게 흔들면서 걷게 되면 보통 걸음보다 5~10%까지 칼로리 소비가 많아진다.

입원 환자들이 운동을 위해 병원 복도나 계단을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슬리퍼로 걸으면 발 뒤꿈치부터 걷는 것이 아니라 발가락에 힘을 주어 걷게 된다. 이렇게 하면 무릎이나 정강이 쪽에 부담이 오게 된다. 발 뒤꿈치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운동화를 신고 걸어야 한다.

글 이종균기자

도움말 이원재 교수

(계명대 운동처방학과)

◈◈바른 걸음 순서

①가슴은 펴고 눈은 5~10m 전방을 본다

②팔굽은 가볍게 굽히고 자연스럽게 흔든다

③등은 펴고 복부는 당긴다

④무릎관절이 펴질때까지 걸음폭을 넓힌다

⑤엄지발가락에 중심을 싣는다

⑥뒤꿈치부터 땅에 닿도록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