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정상회담 6월 개최합의 동시 발표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구체적인 합의 과정이 속시원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어 합의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월 15일 김정일 총비서의 58회 생일을 계기로 북한이 내부 강온파 사이에 치열한 토론과정을 거쳐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로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입장 변화에는 김정일 총비서의 60회 생일인 오는 2002년 2월 16일에 맞추어 이탈리아의 피아트사 자동차를 생산할 목표로 금강산국제그룹이 지난 2월 남포에서 기공식을 가진 남북 합작 자동차공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대북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박상권 사장은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의 조문외교를 바탕으로 구축한 신뢰를 바탕으로 박보희 회장과 더불어 북한의 김용순 대남 당당 비서 등 북한 수뇌부에 남한 정부의 진의를 전달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비밀 접촉을 주도한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은 북측 태도와 관련, 이날 회견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포용정책, 햇볕정책에 대해 굉장한 신뢰가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또 김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을 경제 협력의 중요한 계기로 해석하고 상당한 무게를 두고 믿었다"고 전했다.
김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햇볕정책에 대해 군부를 비롯한 북한 강경그룹은 흡수 통일을 겨냥한 반북 모략책동이라고 비난했지만 지난 2월 북한 지도부의 내부 의견수렴 과정에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진행시키면서 경제회생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북한 상황의 변화와 김 대통령의 주도면밀한 대화 전략이 정상회담 개최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김 대통령이 언론에 추적되는 것을 의식해 대북정책의 주무장관인 박재규(朴在圭) 통일부 장관이 아닌 박지원(朴智元) 문화관광부 장관을 대북접촉에 차출할 정도였다"며 "10일 기자회견 준비 작업에서도 통일부는 큰 역할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비공개 접촉에 나선 실무자'들을 묻는 기자질문에 "남북관계의 미묘함을 감안하면 밝히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언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관련부처를 중심으로 실무팀을 구성해 중국에서 북한과의 물밑 접촉을 꾸준히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6일 노동신문이 남북대화와 관련해 느닷없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코를 들이밀지 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한 것은 남북한 당국 차원의 물밑 접촉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국정원이 주도했던 비밀협상에 박지원 장관이 투입된 것도 북측 반응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박지원 장관은 지난 8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돌아온 즉시 김대통령에게 합의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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