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답으로 풀어본 특사접촉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 6월 개최 합의를 성사시킨 남북한의 특사 접촉이 전모를 드러내기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11일 현재 정부 관계자들에 의해 밝혀진 내용을 토대로 중국에서의 남북한 비밀접촉 과정을 일문 일답식으로 정리해 본다.

-쟁점사안은 무엇이었나.

▲남한측 특사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첫째 북측이 합의 내용,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관련된 표현을 공식 문서로 남기기를 꺼렸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지난 98년 개정된 북한 헌법에 따라 북한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인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기 때문이다.다시말하면 정상회담의 주체가 명백하게 합의되지 않을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의 명목상 2인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갖는다는 해석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인가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인가에 대한 남북의 힘겨루기이다. 결국 합의문은 남측 주장대로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으로 낙착됐다. 하지만 남측은 북한이 필요에 의해 '김대중 대통령의 요청'이라는 표현으로 보도하는 것을 양해키로 했다.

북측은 당초 '초청'과 '요청'으로 각각 다르게 표현된 합의문, 즉 2개의 합의문을 제시했으나 남측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초청'으로 명기된 1개의 합의문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북지원 문제를 과연 제기하지 않았나.

▲박 장관을 비롯한 남측의 모든 참가자들은 이상하게도 북한이 경제협력을 비롯한 대북지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대목은 특히 야당으로부터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이다.

추후 실상이 정확하게 드러나겠지만 북측은 회담 전략상 경협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송호경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대해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도 북한은 경협을 비롯한 대북지원에 대한 기대나 희망을 이미 전달한 셈이기 때문이다. 대북지원 문제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초반부터 구체적으로 들고 나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남측은 박 장관이 그동안의 경제개발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북측에 걸맞은 수준에서 우회적으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2.3 대북 서한에서 하반기 고위급정치회담 개최를 제의하면서 고리를 걸었던 3개 선행실천사항(주한미군 철수 및 외세와의 공조 파기,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활동 보장)을 이번 비밀접촉에서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설득력이 있는 분석이다.

-북한이 왜 총선 직전에 합의했을까.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논란을 자아낸 민감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장관은 "북측이 이번 정상회담에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의해 왔으나 단호하게 거부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또 북한측에서 총선 직전에 합의해준 것은 오는 2002년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0회 생일 이전에 경제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는 북한 지도부의 절박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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