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머리를 맞대고-제2 외국어 논란

요즘 고교생들 특히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고3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도 마찬가지. 바로 제2외국어 때문이다.

제2외국어는 2001학년도 수능시험 즉 올해 수험생들부터 선택과목에 포함된다고 2년전 확정됐다. 그러나 정작 제2외국어 반영여부를 결정해야 할 대학들이 아직 확실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달 모의수능시험 응시자 50만여명 가운데 제2외국어를 선택, 응시한 학생은 55.5%인 27만여명. 2명 가운데 1명 꼴로 제2외국어를 준비하고 있다면 뭔가 확실한 방침이 시급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제2외국어 시행 자체에 대한 찬반 논란까지 학생들 사이에 불거지고 있다면, 근본부터 다시 짚어야 할 상황인 것이다.

▲논란 원인-무책임한 교육부와 대학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의 혼란은 근본적으로 교육부와 대학에 책임이 있다. 제2외국어를 수능시험에 도입하겠다고 밝힌지 2년이 되도록 뚜렷한 대책 없이 소일한 교육부나 제2외국어 반영여부를 아직도 결정하지 못해 오락가락하는 대학이나 문제인 것이다.

학생들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학입시 관련 정책을 수능시험 7개월을 앞두고도 확정, 발표하지 않는 배짱을 가진 사람들이 과연 국가의 교육정책을 담당할 자격이 있느냐는 격한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대학별 입시요강에 대한 소문이 번지면서 제2외국어 반영대학이 교육부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와 머리를 싸매고 다른 나라 말 배우기에 애를 쏟던 학생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현장의 소리-숱한 문제들

외국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언어교육을 통해 상상력, 추리력 등을 키울 수 있다는 점, 그 나라의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의미가 있다. 교육적 효과도 클 수 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다. 한 독일어 교사는 "교육목표를 위해 악조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대학들이 하는 꼴을 보면 오히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더욱 벌리는 느낌"이라고 불평했다.

제2외국어 수능 도입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찬성보다 반대의견이 높다. 압도적인 주장은 영어교육도 제대로 안 되는데 제2외국어까지 하는게 과연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한 학생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운 대학생들이 말 한 마디조차 제대로 못하는 형편인데 차라리 초중고 영어교육을 내실화하는게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학교별로 선택할 수 있는 제2외국어가 제한된 것도 문제. 한 학부모는 "딸아이가 일본어나 중국어를 하고 싶어하는데 학교에서는 독어와 불어만 개설해 불가능하다고 했다"면서 "해당 외국어 교사가 없으면 타 학교 교사나 시간강사를 초빙해 방과후라도 개설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일부 학생들의 불만은 더 노골적이다. 한 고교생은 "전 세계에 제2외국어까지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뿐인 것으로 안다. 제2외국어는 학생보다 해당 교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의 이같은 생각은 결국 교육부의 책임이다. 구체적인 준비나 문제점 대비도 없이 제2외국어 수능시험 도입을 발표함으로써 "교육적 측면의 고려라기보다는 일부를 위한 정치적인 배려"라는 비난을 자초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교육당국의 비교육적 처사로 인해 자라는 청소년들이 정책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버린 학생들에게 과연 국가가 요구하는 사회인이 되라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스런 상황인 것이다.

▲불확실한 전망

교사들이나 입시 관계자들은 현재 학생들에게 "일단 대학별 입시요강이 확정될 때까지 공부는 해 두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상당수 대학들이 제2외국어를 반영하는 모집단위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반영하지 않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여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다. 그럼에도 대학입시 요강을 총괄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측은 "아직 요강 시안을 제출하지 않은 대학이 많아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 한 술 더 떠 "반영여부는 대학 자율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분위기라면 자연계의 경우 제2외국어를 반영하는 모집단위는 거의 없고 지방대 역시 신입생 유치를 위해 반영률이 극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2외국어는 일부 상위권 수험생이나 제2외국어 관련 학과 지망생들을 중심으로 선택, 응시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입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한 고3교사는 "학생들 상당수가 해당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혹시나 싶어 어지간하면 제2외국어 공부를 하라고 당부한다"면서 "교육부와 각 대학의 빠른 발표만이 학교현장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