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1년생 아들이 있는 김모(45·대구시 상인동) 주부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아들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나선 것. 컴퓨터에 몰입하면서 일상 생활에 흥미가 좀 떨어진 듯 하고, 동네 PC방에서 밤을 새고 들어오는 때도 있긴 했었다. 그래도 호되게 나무라기만 했지, 사태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공고 2년생 정모(대구시 효목동)군은 "하루 10시간 정도씩 게임을 하지 않고는 못견딘다"고 했다. 수업시간에도 생각이 늘 가상공간으로 날아가 있다. 아무리 컴퓨터를 자제하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때문에 학교에서는 피로 때문에 늘 졸기만 하고, 친구들 중에서도 그런 애가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경산대 청소년문제 연구소가 지난해 대구지역 중고생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의 24%인 144명이 높은 중독성을 나타냈던 것. 이 학생들은 밤늦도록 컴퓨터 통신이나 게임을 한 탓에, 환각증세나 시력 및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감 등을 호소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큰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이런 증상에 전문가들은 '컴퓨터 중독증'이라는 보통명사를 붙여 놓고 있다. 적당한 오락감을 얻을 수 있고 유익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면 컴퓨터 게임이나 통신도 좋은 일. 컴퓨터 통신은 특유의 익명성과 은밀함을 지녀, 특히 호기심 강한 청소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여기에 몰입하게 한다.
문제는 그것에 지나치게 의존, 일상생활이 저해 당하거나 정신 건강이 장애를 입는데까지 이른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현실적인 취미활동, 운동시간 등이 줄어 든다. 대신 신체적·정신적으로 문제나 장애가 찾아 온다.경북대 정성훈(정신과) 교수는 이런 자녀에 대해서는 또다른 방향에서 관심을 가지도록 부모들에게 당부했다. 컴퓨터에 몰입해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경우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으로도 진단해 볼 수 있으며, "자녀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먼저 짚어봐야 한다"는 것. 겉으로 나타난 현상에만 매달려 단순히 컴퓨터 중독증이라고만 보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 원인으로 가족관계, 친구관계, 학교생활 등에서의 부적응 및 인격적 결함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조건적 제재나 통제는 옳은 대처 방법이 아니라고 정 교수는 강조했다. 그 대신 그런 증상의 초기에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들어주는 태도가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더불어 부모와의 약속을 정해 가급적 컴퓨터에 뺏기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 청소년 종합상담실 관계자도 "최근들어 자녀의 컴퓨터 중독 문제로 상담을 의뢰해 오는 학부모들이 많이 늘었다"며, 컴퓨터를 가족들 시선에 잘 들어오는 거실로 옮겨 사용 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권했다. 동시에 게임방으로부터의 귀가시간을 정하고, 자녀들의 관심을 스포츠 등 현실적인 활동으로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가 자연스럽게 PC게임에 참여하고 채팅도 같이 해보는 것 역시 권할 만하다고 했다. 자녀들의 컴퓨터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게임 중독을 막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사회가 할 일에 대해서 경산대 한상철(아동청소년학부) 교수는 "청소년들의 컴퓨터 중독현상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대응 프로그램 마련 등도 시급하다"고 적시했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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