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현장-뮤지컬 오! 부처님 연습현장

저녁 8시 30분. 옛 대한극장 자리의 한 빌딩. 썰렁하던 연습장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왁자지껄해진다. 4월 초파일(5월 11일)을 앞두고 공연되는 불교 뮤지컬 '오! 부처님'(정법성 작, 박현순 연출)의 연습장.

너무나 가까이 있어 엄두가 나지 않아서 일까. 부처의 삶을 그린 뮤지컬은 국내에서는 처음. 예수를 그린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는 걸작 뮤지컬은 있지만 부처의 삶을 연극화한 것은 없다.

대구의 첫 창작 뮤지컬, 그것도 첫 불교 뮤지컬이다..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이 불황기에 어떻게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뮤지컬을 만들려는 것일까.

100여명의 출연자들. 이날 연습장에는 60여명이 참여했다. 준비가 늦어지자 연출자(박현순·극단 H·M·C.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시녀들 빨리 안 나와?""야! 너 뭐하냐!" "의상 제대로 입어. 청바지 벗고 입어야지"

탈의실이 따로 없어 바로 옆에서 무용수들이 옷을 갈아입는 것이 여간 민망스럽지 않다. "옷이 왜 이래요""가슴이 작아서 그렇지" 모두들 옆 볼 겨를 없이 바쁘다.시타르타 역의 정법성, 마왕 역의 박상희, 우다인 역의 최주환, 제자 역의 성석배. 모두 20여명의 대구 연기자들이 참여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함께 출연하는 성악가들. 시타르타 부왕(父王) 정반왕에 바리톤 이다니엘씨, 아내 야소다라 역에 소프라노 박희숙씨, 시타르타를 시기하는 데바랏다 역에 테너 허철영씨가 출연한다.

서막. "그만 두시오! 태자(시타르타)는 분명 훌륭한 왕이 될 것이야!" 시타르타가 출가할 것이라는 얘기를 일축하는 정반왕 이다니엘씨의 대사. 성악인 특유의 남저음 목청이 200여평의 연습장을 쩌렁쩌렁 울린다. 박희숙씨의 '야소다라 아리아', 함께 부르는 이중창이 돋보인다.

둘은 연극 무대가 처음. "음악만 있으면 괜찮은데 대사에 워킹 연습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오페라보다 훨씬 힘들다"고 했다. 박씨는 "노래 빼고는 다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 의견.

군데군데 대사가 막혔지만 연습은 성공적. 무대 효과에 좀 더 세심한 신경이 필요하다는 것이 오늘 연습의 결론. 몇몇 연기자들의 동선도 손을 봐야한다.

총 6막 중 4막까지만 연습했는데도 2시간을 훨씬 넘겨 밤 11시가 가까워지고 있다음악 의상 조명 무대 특수효과··. . 뮤지컬은 준비 과정이 많고 제작비도 많이 든다. 그래도 연출자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것이 뮤지컬. 힘든 만큼 성취감이 크다는 것이다.

'오! 부처님'의 경우 제작을 맡은 대구불교문화예술원(원장 정법성)이 아니었으면 하기 어려운 작품. 지난해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이만희 작)로 불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후 내처 뮤지컬까지 욕심을 낸 것.

그래서 종교 색채가 강하다. 부처의 일대기 중 가장 드라마틱한 출가에서 득도까지의 과정. 연출의 묘미가 무엇보다 필요한 작품.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등 감각적인 연출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연출가 박현순씨는 "종교극이라는 한계를 벗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부처의 삶이기에 한계는 더욱 뚜렷해진다.

그래도 특수영상을 넣고 테크노 댄스를 삽입해 마왕 장면을 재미있게 꾸민 것이 이색적이다.

박씨는 "서울의 스탭과 기술진을 동원해 화려하고 장중한 무대 표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했다. 조명과 영상을 서울 스텝에 맡겨 완성도를 높였다는 것. 대구불교방송 '오늘의 영남불교'의 진행자인 태경스님(청도 대전사 주지)과 탤런트 최성훈씨도 우정출연한다. 지피(ZIPPY) 무용단, 합창단 등 모두 80여명이 출연하는 대무대.

음악은 '사월이라 초파일은''우리도 부처님같이'를 작곡한 이달철씨가 맡아 6곡의 합창곡 등 총 20여 곡의 음악을 선보인다.

두 달간의 강행군 끝에 '오! 부처님'은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대구 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대구 공연을 끝내고 경주 포항 구미 부산 광주 서울 등에서 순회공연도 계획중이다.

희곡을 쓰고, 주인공인 시타르타역에 제작까지 맡고 있는 1인 3역의 정법성씨는 "대구에서도 창작 뮤지컬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오! 부처님'을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1억 원이 넘는 제작비, 대구의 첫 창작 뮤지컬, 그것도 힘든 연극 불황기에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오! 부처님'의 의미는 남다르다. 오후 4시 7시 공연. 입장료는 1층 3만원, 2층 2만5천원, 3층 2만원. 문의 053)421-6494.

-金重基기자

---음악담당 이달철씨

"국적 없는 음악에 신경을 썼습니다"

무슨 말인가? '오! 부처님'의 음악을 맡고 있는 이달철(47·한국불교음악협회 대구지부장)씨는 흔히 말하는 '크로스 오버'나 '복합 장르'라고 써도 될 말을 굳이 '국적 불명'이란 부정적인 말을 썼다.

"5음계의 국악이나 인도 풍의 음악, 클래식이나 가톨릭 음악도 아닌 묘한 곡들"이라는 것. 블루스나 랩, 로큰 롤 도 가미해 전혀 색다른 맛의 종교음악을 선사한다. 오프닝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공주'의 음악을 연결곡으로 썼다.

모두 20여 곡의 창작곡. 합창곡 '참 나는 누구인가'와 이다니엘, 박희숙씨가 부르는 이중창이 추천 곡. 장중하면서도 쉬운 멜로디를 썼다. 인도 풍의 음악을 현대화한 것도 이색적.

"80명이 함께 부르는 합창곡까지 준비했으나 20명으로 줄어든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씨는 20여 년간 불교음악만 해오고 있다. 그러나 뮤지컬 작업은 이번이 처음. 시간이 촉박해 거의 날밤을 샜다.

"극에 어울리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 재미있게 풀어썼기 때문에 종교에 관계없이 들을 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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