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작곡가 박태준 흉상 제막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조각상 등 문화유산들이 즐비한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로 지구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모차르트.하이든.베토벤.쇤베르크.브람스.슈베르트 등 유명한 음악가들이 활동했고, 그들의 묘지와 동상들이 잘 보존되고 있다. 잘츠부르크도 도시 전체가 모차르트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여서 빈과 함께 예술적 향기를 뿜어내면서 관광자원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대구는 문화의 도시로 일찍부터 빼어난 문인.예술가들을 많이 낳았다. 그들의 업적도 세월이 흐를수록 빛을 더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문인과 예술가들의 문학비.예술비.동상이 세워져 있을 뿐 그들의 생가 등 창작의 산실 하나 보존돼 있지 않다. 문화유산의 보전 정도가 그 도시의 문화적 수준을 말해준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구 출신 작곡가 박태준(朴泰俊.1900~86)의 흉상이 15일 개장되는 달서구 도원동 월광수변공원에 제막된다는 소식은 그런 의미에서 반갑다. 더구나 대구성악회(회장 박영국)가 발의, 98년에 이미 흉상을 제작(조각가 이상일)했고 건립을 위한 추모음악회도 가졌으나 장소가 없어서 난항을 거듭하다 달서구의 배려로 이제야 빛을 보게 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현제명.홍난파와 함께 우리나라 초기 서양음악의 개척자로 음악 발전의 터전을 다졌던 박태준은 한국적 서정이 풍부한 가곡과 동요 150여곡을 남겼다. 그는 합창음악과 교회음악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으며 계성중 교사, 평양숭실전문대 교수, 연세대 음대 학장 등으로 수많은 후진을 양성하기도 했었다.

특히 그의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로 시작되는 '오빠 생각'과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의 '사우' 등은 널리 애창되던 동요들이다. 쉬우면서도 민족적 정서를 가득 담아 일제치하에 우리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으며, 지금까지도 범세대의 노래로 사랑받고 있다. 그의 흉상 제막은 대구가 문화도시로 가는 '봄의 교향악'의 서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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