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원·울진 산불 이모저모-온통 불바다…산도 마을도 초토화

강풍을 타고 400m 계곡을 뛰어넘어 덮친 화마에 울진지역은 순식간에 전쟁을 방불케하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임시대피소로 간신히 몸만 피한 주민들은 두고 온 집과 가축, 농산물 걱정으로 시름에 잠겼고 울진원전을 지키는 직원들은 뜬눈으로 지샜다. 긴박과 초조, 허탈이 순간순간 교차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불의 공포에 몸서리치는 상황은 밤새 계속됐다.

○…울진군과 소방관계자 등이 지난 11일 밤 9시부터 경북도 소방헬기 등 모두 17대의 헬기와 병력들을 투입, 산불진화에 나섰으나 순간 최대 풍속 15m의 강풍을 타고 번지는 불길을 잡는덴 역부족.

○…12일 12시50분쯤 경북도로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삼척 가곡천 방화선 구축에 안간힘을 쏟던 울진군청 직원 등 산불 진화 관계자들은 불길이 폭 400여m의 가곡천을 뛰어 넘어 울진군쪽으로 옮겨 붙자 망연자실.

○…12일 오후 8시쯤 울진원전 4km지점까지 산불이 남하, 나곡리 속칭 고포마을을 휩쓸자 주민들 사이엔 "불길이 원전까지 번지는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조.

주민들은 산불로 송전선로가 차단돼 한 때 2호기가 발전중단, 1·3호기가 각각 50%씩 감발한데다 비상령까지 내려지자 "당국의 재난관리에 나사가 풀린 것 아니냐"며 비아냥.

○…울진 산불 발생 중심권에 들었던 북면 주인리 등 5개 마을은 12일 오후 2시30분쯤 울진군의 대피령에 따라 인근 부구리 북면복지회관으로 긴급 대피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

이날 대피령 발효에 따라 긴급 대피를 한 주민들은 북면 나곡리(속칭 고포마을), 검성리, 주인3리(속칭 절골), 태봉 등 5개 마을 104세대에 266명.

이에 앞서 12일 오후 2시쯤 울진원전 사택에 거주하는 800여가구 2천여명의 한전 가족들도 발전소내 대강당으로 모두 피신하고 안도의 한숨.

○…산불진화대책본부는 남하하던 3개의 불길중 하나인 해안쪽 불길을 13일 오전 7시쯤 나곡리 황금 휴게소 뒷 골짜기에서 진화, 울진원전 안전상의 위험한 고비를 일단 넘기자 헬기 34대를 동원해 검성리와 태봉산 뒤 나머지 큰불 2개를 집중 제압한 뒤 인력을 투입해 오전중 잔불을 잡겠다는 작전을 구상.

○…산불진화대책본부는 12일 오후 산불이 순간 최대 풍속 15m의 강풍을 타고 남하해 나곡천을 경계로 한 제1저지 방어선 내에 있는 검성리 고포리 태봉리 등의 민가 피해를 크게 우려했으나 13일 새벽 바람이 약화되면서 산불의 세력이 크게 약화, 오전 7시 현재 민가 피해가 전혀 없다며 안도의 한숨.

○…산불이 울진원전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되자 12일 오후 현지에 도착한 이의근경북지사, 신순우 산림청장, 황철중 50사단장은 사태를 지휘하며 밤샘.

한편 13일 오전 8시쯤 계획되었던 산불남하를 저지하기 위한 맞불작전은 헬기진화가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기상여건상 오히려 역효과를 낼수있다고 취소.

○…울진원전 상황실에는 중앙지, 지방지기자 20여명이 12일 저녁부터 철야를 하며 취재 경쟁을 벌여 울진원전의 중요성을 실감.

기자들은 13일오전 9시쯤 마지막 남은 1km정도의 불길만 잡으면 상황이 종료된다는 군청산불진화 관계자들의 이야기가 있자 강원도 삼척시서 시작된 산불취재가 끝나게 됐다며 환호.

○…최근 동해안에서 계속되고 있는 산불의 원인을 둘러싸고 온갖 소문이 일고있어 민심까지 흉흉하다.

12일 새벽 강릉시 홍제동에서 발생, 시가지를 휩쓴 산불과 동해시 삼화동에서시작돼 퍼지고 있는 산불의 발생지점이 실화가능성이 희박해 고의적 방화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더욱이 지난 3월 강릉지방에서는 새벽 2~4시대에 방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잇따라 이같은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산불이 근덕면에 이어 원덕읍, 가곡면까지 초토화시키면서 이지역 송이농가들의 한숨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삼척지역 송이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송이주산지로 이번 산불은 송이밭인 소나무 숲을 완전히 황폐화시키고 말았다.

특히 산불 피해를 심하게 입은 농가 대부분은 송이농사로 살고 있는 농민들로 "이제 망했다"는 농민들의 탄식이 산불이 지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이날 발생한 산불이 동해시내로 접근하자 일부 주민들은 트럭에 가재도구를 싣고 어린이까지 태워 안전한 친인척집으로 대피했다.

바람을 타고 불똥이 갑자기 날아와 불이 번진 북삼동 야산 인근의 주민들은 지하수물을 퍼올려 집주변에 뿌리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또 효가동 일대 축산농민 진덕규(66)씨는 산불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축사에 있던 소 50마리를 도로변으로 끌어내 대피시키기도 했다.

○…12일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동해시 주변 야산 봉우리 곳곳에서는 검붉은 연기가 피어 올라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연상케 했다.

특히 불에 탄 재가 강한 바람과 함께 7번 국도를 뒤덮어 전조등을 켜고 운행해야 할 정도로 어두웠다.

또 진화에 나선 소방차량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도깨비불'때문에 진화장비를 이동시키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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