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한 화면, 판에 박힌 대사, 천박한 배우들, 리얼리티 없이 신음소리만 가득한 더빙 음향…. 16mm 에로비디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에로비디오 등장 이후 10년이 넘었지만 넘을 수 없는 고질적인 한계다.
그러나 최근 '연어'(봉만대 감독)라는 16mm 에로비디오가 이런 전형을 깨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언뜻 박종원 감독의 '송어'를 패러디한 듯 하지만 '연어의 회귀본능을 인간 내면의 원초적 본능으로 미화시킨 에로작'이란 고유의 광고 카피가 더 어울리는 작품. 지난 달 출시돼 영화 마니아(에로비디오 마니아가 아닌)들 사이에 소문이 퍼져 나가면서 "'연어' 봤어?"가 유행어처럼 되고 있다.
'연어'는 형의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며 댄서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태민이 댄서를 못 살게 구는 지배인과 벌이는 갈등이 줄거리. 언뜻 판에 박은 듯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35mm 극영화 뺨 칠 정도로 세련됐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구조도 이색적이고 카메라워크도 화려한 편. 홍콩 왕가위 감독의 독특한 영상기법인 저속촬영을 통해 도시를 훑어내는 화면효과와 자막을 통해 주인공들의 내면을 표출한 것도 기존 에로비디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
특히 현장감 넘치는 동시녹음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귀족적인 마스크를 지니고 있는 여주인공 정희빈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볼 만. 다만 섹스신의 경우 에로비디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그래도 다양한 카메라의 각도를 그려내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인다.
'연어'는 에로비디오의 작품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신인감독들이 대부분 '핑크무비'(일본 에로영화)를 통해 데뷔하는데 비해 한국의 에로비디오는 철저히 '천박한 장르'로 치부돼 방치되고 있는 편.
'연어'는 에로비디오업계에 재능있는 신진 영화인들의 진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어 영화작업이 디지털화되면서 가속화될 전망. '파이널 컷 프로''에디트 DV'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저비용으로 다양한 화면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연어'를 연출한 봉만대에 대한 이력은 아직 미스테리. 가명을 쓴 것으로 보이며, 최소한 대학에서 영화학을 배운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만이 돌고 있다.-金重基기자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