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각당 예상 의석수와 정국전망

16대 총선은 지역구 의석수가 227개로 15대에 비해 26석이나 줄어든데다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진 점 등으로 인해 선거결과를 15대와 직접 비교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현재 정당별 지역구 의석분포는 민주당 84, 한나라당 100, 자민련 41, 무소속 등 기타가 28석.

이에따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정국 주도권 장악이라는 측면에서 각각 승패와 선전, 무승부 등의 내부기준을 마련, 갖가지 경우에 따른 총선후 정국에 관심을 쏟고 있고 자민련은 제3당으로서 '캐스팅 보트' 역할에, 민국당은 당존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선거 당일을 맞아 실무진에서는 2, 3석 차이로 1당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됐으나 수뇌부는 여전히 3, 4석 정도 뒤지는 결과를 각오하고 있다그러나 어떤 경우든 이번 선거가 민주당의 '패배'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실무자나 수뇌부나 같은 의견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 투표성향이 예상되면서 민주당은 당초 36석에 달하는 영.호남간 의석차를 감안, 10~15석 뒤지더라도 무승부라고 봐야 하며, 5~10석 차이는 선전, 5석이내는 승리라는 내부기준을 정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의석이 동수이거나 1석이라도 많게 1당이 되면, 전국정당화 달성, 수도권 압승 등의 의석분포 내용면에서 보더라도 '완승'이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민주당은 1당이 되거나 5석이내 차이로 2당이 될 경우 정국 주도권을 잡고 자신있게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주가 민주당의 정국 주도권 장악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능성이 적지만 5~10석 차이의 2당이 되더라도 민주당과 한나라당 어느 한당에 힘을 몰아주지 않는 '황금분할' 결과이기 때문에 야당측에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는 결과는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당직자들의 관측이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러한 선거 결과가 나올 경우 모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조급하게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지 않고 이미 '국민과 야당의 협조'를 얻어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가겠다고 천명한 대로 야당에 대한 설득과 사안별 공조를 통한 협력 기조로 정국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다만 "총선결과에 따른 의석분포와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의명분'에 힘입어 여당의 흡인력이 커지고, 야당의 내분까지 겹칠 경우 '자발적으로' 여당에 합류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으며 그런 사람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무조건 '제1당'이 되느냐 아니냐에 승패의 기준을 두고 있다. 외형상 민주당보다 1석이라도 많으면 '승리'라는 표현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원창(李元昌) 선대위 대변인은 "사상 유례없는 금.관권선거에 선거 3일전 남북정상회담이란 '깜짝쇼'까지 가세된 최악의 조건에서 우리당이 1석이라도 이기면 승리하는 것이 아니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지지기반인 영남의 전체의석수가 65석으로 민주당 텃밭인 호남 29석의 2.2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1, 2석 차이의 '신승'은 곧바로 승부처인 수도권에서의 참패를 의미한다는 점에 내심 곤혹스러운 표정들이다.

특히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과 국민회의가 얻었던 121석대 66석의 '더블스코어차 대승'은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100석대 84석(지역구 기준)이란 엄연한 의석차를 감안할 경우 신승의 의미는 역으로 민주당의 대약진을 말해주는 것이어서 난감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제1당'을 유지할 경우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친정체제를 굳히면서 총선이후 몰아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속에서 주도권을 쥐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천파동'으로 이미 지도력이 시험대에 오른 이 총재로서는 총선승리의 여세를 몰아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재장악한 후 차기 대권가도를 향해 앞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1석이라도 지는 패배의 상황은 거꾸로 당내의 인책론에 불을 지피면서 이총재의 리더십에 상당한 손상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자릿수 이내의 패배는 여권의 부정선거에 패인을 돌리면서 '헤쳐나갈 만한' 상황이라고 이 총재측은보고 있다. 그 이상의 패배는 생각하기도 싫다는 얘기다.

15대 때 지역구에서만 41석을 건졌던 자민련은 지난해 내각제 파동 이후 '세 위축'을 인정, '캐스팅 보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석만 확보하면 '선전'(善戰)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직자들 사이에선 지역구에서 30석 이상을 얻으면 '대승', 지역구와 전국구를 합쳐 30석 이상이면 '선전', 30석 미만이면 '패배'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국구 예상 의석을 7석 정도로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지역구 승패의 갈림길이 23석 안팎이 되는 셈이다.

지역구와 전국구를 더해 30석 이상만 건지면 자민련은 의석 감소에도 불구, 15대 국회 때와 마찬가지로 정국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분히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어느쪽도 과반수 의석 확보가 난망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것이다.

이 경우 자민련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지도부가 공언한대로 사안별로 협력 파트너를 달리하면서 '힘'을 과시할 것이며, 그 첫번째 무대는 16대 국회 원구성 협상테이블이 될 것으로 당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총 의석수가 25석 미만에 그칠 경우 자민련은 김 명예총재의 퇴진 압박, 일부 의원들의 이탈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국당은 대외 발표용으로 20석이 목표라고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7, 8곳에서만 당선돼도 '대승'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당 관계자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선거 중.후반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서 상승추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를 확실한 표로 연결시킬 수 있을지, 선거 사흘전 터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국당은 전국구를 합쳐 10석 이상만 확보해도 총선 뒤 이뤄질 정계개편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수도권 부진과 영남권 이탈 등으로 패배할 경우 '반(反) 이회창' 세력을 결집, 정치권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총선 참패로 귀결되면 민국당은 한나라당 낙천자 중심의 구(舊) 정치세력이라는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은 물론 당의 존립근거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당내 중진들과 당선자들은 생존을 위한 개별 진로 모색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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