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총선 새로운 선택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8석 앞서며 원내 제1당 자리를 고수,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의석 규모 등에 따른 양당간의 역학관계는 사실상 선거 이전과 별 다른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다. 관심은 오히려 제3당이었던 자민련이 원내 교섭단체(20석)조차 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했고 민국당과 한국신당 역시 참패, 당 운영조차 힘겨운 처지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결국 총선을 통해 정국은 양당 체제와 여소야대 상황으로 가닥잡히게 됐다.

동시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향후 정국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양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를 위해 자민련은 물론 민국당, 한국신당, 무소속 등을 겨냥한 정계개편 쪽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으며 이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수도권에서 선전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던 대전과 충청, 강원, 제주 등에서 지역구를 갖게 됨으로써 전국정당화의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여소야대 국면이 됨으로써 국정운영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떠안게 됐으며 조기에 정권이 레임 덕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때문에 다른 당과의 연대를 모색하게 될 것이며 일차적으로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 나아가 흡수통합 가능성까지 타진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정계개편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호남의 친여성향 무소속은 물론 전국정당화에 힘입어 비호남 지역에 대한 흡인력도 커졌다는 자신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당 내부적으론 최대 실세인 동교동계와 이번 선거에서 수도권과 충청권 등지에서 선전을 이끌어 낸 이인제 선대위원장간의 역학관계 조정 문제가 과제로 부각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일단 제1당 자리를 고수함으로써 향후 정국에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이회창 총재는 공천 후유증에서 벗어나 당 장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 조기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권을 재장악한 후 차기 대선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 거의 '싹쓸이'한 반면 수도권에선 완패했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이 총재로선 민주당에 맞서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잡는 데 주력할 것이다.

자민련은 원내 교섭단체조차 구성하지 못할 정도로 참패함으로써 당의 존립문제가 심각한 위기국면에 처하게 됐다. 특히 텃밭이었던 충청권에서 절반정도나 잠식당함으로써 김종필 명예총재의 위상도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JP 등 주류 측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 역을 떠맡으면서 당 위상을 계속 유지, 정계개편 과정을 통해 보다 유리한 쪽으로 상황 변화를 모색하는 데 주력할 것이지만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민국당과 한국신당은 각각 지역구에서 한 석을 차지하는 데 그침으로써 유명무실한 정당으로 전락하게 됐으며 때문에 당 자체가 조기에 와해되거나 정계개편 과정에서 다른 당에 흡수될 수 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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