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암리 유적서 천도교 위령제

3·1정신의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제암리 유적을 놓고 개신교와 천도교간에 갈등이 우려된다.

천도교청년회 중앙본부(회장 김산)는 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15일 낮 12시 제암리 3·1운동 순국선열 위령탑 앞에서 81년만에 처음으로 천도교 예법에 따라 합동위령제를 개최한다.

천도교청년회가 개신교 성지로 알려진 이곳에서 위령제를 개최하는 것은 당시희생자 가운데 상당수가 천도교인이었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일제 헌병은 3·1 만세운동의 불길이 계속 타오르던 이곳의 주민 20여명을 교회안에 몰아넣은 뒤 불을 질러 죽였으며 곧바로 인근의 팔탄면 고주리로 몰려가 김흥렬 천도교 전교사 일가족 7명을 난자해 목숨을 빼앗았다.

김선진씨가 83년 펴낸 '일제의 학살만행을 고발한다'(미래문화사 간)는 교회당 안에서 참살당한 주민 24명 가운데 천도교 신자가 15명이고 감리교 신자 및 기타가 9명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료에는 "일본 헌병이 마을 기독교 주민 23명을 집단적으로학살"(민족문화대백과사전), "15세 이상 남자 신도들은 교회에 모이라고 하였다"(두산대백과사전) 등 당시 교회에서 희생된 주민들이 개신교 신자라고 적혀 있다.

또 이곳 역사기념관에 전시된 교회 모형도 인형들이 모두 성경을 읽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관광공사도 제암리 교회를 개신교 성지순례코스로 지정해 개신교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15일 행사를 두고 개신교와 천도교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으며 제암리의 비개신교 주민과 교회 사이에도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제암리 교회의 강신범 목사는 "천도교 신도들의 위령제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종교간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는 행사 개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제암리의 안용웅 이장은 "3·1운동 당시에는 천도교가 번성했으나 지금은 교세가 약해 개신교 위주로 순국 유적이 꾸며지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드러내놓고 반대를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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