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무기 2천기로 줄이자

세계적 과제인 핵무기 감축이 한발 전진을 보이게 됐다. 러시아 하원(두마)이 무려 7년간이나 미뤄왔던 STARTⅡ(전략무기 감축협정 2)를 14일 비준, 미.러 양국이 관련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지은데 이어, 오는 5월에는 STARTⅢ 협상을 본격화키로 한 것이다.

◇START 전망=이제 러시아 상원의 최종 비준까지 거치면 이 협약이 발효돼 미국과 러시아는 2007년 말까지 보유 핵탄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각 3천500기 및 3천기로 감축해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 작년 8월 협상을 시작한 STARTⅢ는 양국의 전략 핵무기를 2천~2천500기까지 더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당선자는 두마 비준 뒤 핵무기를 더 감축, 각각 1천500기만 보유할 것을 제안했다. 획기적인 핵무기 감축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을 비춘 것. 또 미국.러시아 양국은 작년 여름부터 STARTⅢ를 위해 이미 다섯 차례나 접촉을 가져 온 바 있다.

◇러시아 사정=하원은 1993년의 협정 이후 공산당의 반대로 이를 비준하지 못해 왔으나, 이번엔 288대 131로 처리해 냈다. 공산당은 지난해 선거에서 450석 중 130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었다. 아직 러시아 상원의 최종 비준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상원은 전통적으로 정부와의 관계가 긴밀하다. 이번에도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를 포함한 매파(罵派)들은 "국가안보를 파괴하는 반역행위"라며 비준을 반대했다.

그러나 대다수 비준 지지자들은 "러시아 전략 미사일의 상당수가 이미 노후돼 어떤 방식으로든 곧 폐기처분 해야 할 상황"이며, 비준이 오히려 군축협상에서 러시아에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케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풀어야 할 과제=STARTⅡ에는 ABM(탄도탄 요격 미사일)협정 문제가 전제조건으로 들어 있고, 미국이 자체 필요성 때문에 그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이슈화될 전망이다. 미국은 북한 등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맞서 미사일 방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ABM협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으나, 러시아는 이에 강력 반대하는 입장인 것. START의 관련 규정은 "미국이 ABM협정을 위반하거나 1996년 이후 NATO 가입국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할 경우 조약을 무효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적인 핵무기 감축 교섭의 중심에 북한문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石珉기자

▨START

미국과 러시아는 1970년대부터 핵무기 폐기를 위한 이 START(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전략무기 감축협정)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 첫단계 성과인 STARTⅠ은 양국 보유 전략핵무기의 3분의1을 감축한다는 것. 1991년에 합의가 이뤄졌다.이번에 비준 절차를 마친 STARTⅡ는 △전략핵무기 감축을 3분의2로까지 늘리고 △지상배치 다탄두 미사일은 전량 폐기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1993년1월 조인됐으나, 양국의 비준은 늦춰졌었다. 그런 중에도 작년 6월의 G8 정상회담(독일 쾰른)에서 양국 대통령은 3차 단계인 STARTⅢ 협상을 시작키로 합의했으며, 오는 5월에는 본협상을 시작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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