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13이후의 지역정가(2)-중심인물 실종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지역 정치권은 이제 한나라당 이외의 다른 정당은 발을 붙일 수가 없는 구도가 됐다. 민주당이 12%의 득표율을 올리면서 선전하기는 했지만 당선자를 내지 못함에 따라 지역 정치권은 '한나라당의 독주'가 불가피해졌다.16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지역출신 한나라당 당선자는 지역구 27명과 전국구 7명 등 모두 34명. 지난 15대 총선에서 대구 2명과 경북 11명 등 13명을 당선시킨 결과에 비하면 대약진인 셈이다.

한나라당이 영남당이라는 성격이 보다 분명해진 것이다. 그러나 총선후 '구심점'이 사라진 지역 정치권은 방황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김윤환 의원이 지역 맹주역할을 자임하면서 이끌어 왔지만 김 의원의 빈자리를 메울 만한 중심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3, 4선급의 중진들이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나설 경우에는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에 휘둘릴 가능성이 더 높다.

당장은 5선 고지에 오른 정창화 의원이나 4선의 이상득 의원이 '맏형'노릇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지역정치권을 한 데 묶는 구심점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4선의 김찬우·김일윤 의원이나 3선의 윤영탁·박헌기·신영국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초·재선들인데다 이들의 이력과 정치적 성향도 제각각이어서 지역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의원을 제외한 대구지역 당선자 10명과 전국구의 박창달, 이원형 당선자는 14일 저녁 대구에서 자축 모임을 갖는 자리에서" TK가 단합된 모습을 보여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차기정권 창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고 다짐했다.

외형적으로는 지역싹쓸이로 나타난 이번 총선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에 적극 나서겠다는 다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주도권을 둘러싼 긴장감도 감돌았다고 한다.

경북지역과는 달리 특히 대구지역 당선자들은 백승홍 의원 등 이 총재의 직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있는가 하면 박근혜 의원이나 김만제·현승일 당선자 등 독자적인 색깔을 지닌 인사들이 적지않아 처음부터 한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정창화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총선결과는 '반 김대중 기류'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차기 대선에서 '영남후보'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풀이하고 "지금부터 새로운 구심점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분간 지역 정치권은 정창화, 이상득, 강재섭 의원 등 다선의원들이 공동으로 구심점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당선자들의 상당수가 독자적인 정치역량보다는 지역정서에 힘입어 당선됐기 때문에 이같은 지역민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총선을 치르면서 허탈해진 민심을 수습하고 새로운 중심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지역정치권에 던져진 가장 시급한 과제다.

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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