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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조성진-마임 연기자·왜관 YMCA사무총장)

개똥이 아버지는 소시적 클래식 기타연주 실력을 뽐내고 싶었다. 토요일 오후 국채보상공원 한쪽 공간에서 연주회를 갖기로 했다. 시청 문화예술과 홈페이지에 공원을 공연장소로 개방하는 취지의 '문화마당'이라는 코너가 있어 신청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신청자들의 경우 개똥이 아버지의 경우처럼 아마추어는 거의 없어 신청을 해놓고도 자신이 생기질 않았다. 그러던 중 공원이나 거리에서 공연하는 이들을 돕는 민간단체가 있다는 이야길 듣고 도움을 청했다.

드디어 개똥이 아버지가 오늘 연주회를 갖게 되었다.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걸개도 만들어 나뭇가지에 걸었다. 모 이벤트 회사에서 음향과 간단한 조명을 설치해주기 위해 일찍부터 나와주었다. 관객을 모으는 일이 걱정이다. 개똥이 아버지가 기타를 조율하는 소리에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무대 앞쪽에는 조그맣고 예쁜 돈 통도 있었다. 어색하기도 했지만 왠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대분장의 자원봉사자가 하모니카를 불자. 멀리 벤치에 앉아 있거나 지나가던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개똥이 아버지는 정식으로 소개를 받았고 박수를 받았다. 긴장은 풀리고 잘난 척하고 싶은 생각조차 들었다. 관객들의 모습이 즐거워하는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다는 주부가 개똥이 아버지의 기타연주에 맞춰 춤을 추고 어린이 중창단이 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개똥이 아버지의 기타반주에 맞추어 사람들이 개똥벌레를 불렀다. 돈 통을 뒤집어보니 오만원이 넘게 모였다. 버스 토큰 하나를 끼워 넣은 쪽지도 있었는데 "아저씨 너무 멋있어요. 여고 2학년 영희"라고 적힌 팬 쪽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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