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니 와히드 6개월

오는 21일로 와히드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을 맞는 인도네시아. 한국과 꼭같은 과정을 밟다시피 해 가고 있는 이 나라에서도 민주화와 사회 발전이라는 두개의 숙원을 성취하려는 노력이 한창 진행 중이다. 와히드의 개혁은 수하르토의 후원자이면서 한때 최고실력자였던 위란토 전 참모총장의 숙청에 지난 2월 성공하면서 본격화됐다.

◇정권 부패 청산=답보상태를 보여온 수하르토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가 이번주 자녀 2명에 대한 전격소환을 계기로 급진전될 전망이다. 맏딸 시티 하르디잔티 루크마나와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드조의 혐의는 각종 권력남용과 자선재단 기금 불법모금. 이미 검찰은 이들이 자선재단 기금 모금을 위해 정부 규정과 대통령령을 임의로 개정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

수하르토 구속과 재산몰수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압력이 가중되는 만큼 수하르토 본인에 대한 법의 심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에겐 이미 도시 억류 조치가 내려져 있다. 5공 정권을 수사하던 한국의 상황과 거의 비슷하다.

◇정치적 의혹 규명=최대 야당탄압 사례로 꼽히는 1996년 7월의 민주당사 난입사건과 관련, 전직 고위장성 3명이 오는 18일쯤 소환된다. 이는 괴청년들이 야당 당사에 난입, 메가와티 현 부통령 지지파를 무력으로 쫓아내고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5명이 숨지고 23명이 실종됐으며, 149명이 중경상을 입은 유혈사태. 주동자는 지난 11일 체포돼 일부 혐의를 시인했다.

수하르토가 독재 32년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던 1965년 9월 쿠데타 자체도 이미 해결돼야 할 역사적 과제로 부상돼 있다.

◇노동탄압규명='인니(印尼)의 전태일'로 불리는 1993년 마르시나 변사사건의 진상규명 요구도 고조되고 있다. 당시 25살의 여성 노동운동가로 노동조합을 결성, 파업을 주도했던 그는 야만적인 고문과 성폭행으로 숨졌다. 9명의 용의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1995년에 최고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전원 석방했다.

◇민주화가 유일한 희망=와히드 정부는 과거 언론탄압의 대명사 공보부의 기능과 인력을 대폭 축소하는 등 언론·사상·표현의 자유를 과감하게 확대하고 있다. 경제난, 부정부패, 지역간 분열 등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민주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

공산당 금지법도 그동안 정치적 탄압 수단으로 악용된 면이 많아, 와히드는 이를 폐지하려 하고 있다. 또 잇따르는 각종 대규모 평화시위에 진압봉과 최루가스, 총기 등 진압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오는 21일에는 건국 후 처음으로 소비자보호법이 제정돼 기업과 서비스 업자의 횡포를 견제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들의 분리 독립운동의 새로운 과제가 됐다. 이미 동티모르가 독립했고, 아체·리아우·술라웨이·암본·이리안자야 등으로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개혁=민주화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된 부문이 법원. 인니정부는 법원개혁을 위해 유능하고 청렴한 판사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카르타 주재 법관의 70%도 지방으로 전보시켰다.

최근 한 일간 신문이 판결을 앞두고 뇌물액수를 흥정하는 판사와 변호사의 대화를 담은 테이프를 최고법원에서 전격 공개하는 등, 부패법관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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