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삶과 사랑...여성 시인들 성찰의 시

여성들의 신작시집이 잇따라 나왔다. 유안진씨의 '봄비 한 주머니'가 창작과 비평사에서 나왔고, 젊은 여성시인 7인의 공동시집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가 제삼기획에서, 대구에서 활동중인 김윤수씨의 '아직도 나는 그대에게 가지 못합니다'가 시학사에서 출간됐다.

예순 중진의 경지에 들어선 유안진씨의 이번 신작시집은 시적 자아의 염원이 높은 종교적 차원의 시적 성취로 이어지는 완숙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들꽃 언덕에서 알았다'('들꽃 언덕에서')인간주의에 대한 시인의 비판이 도처에 묻어 있는 것이 이번 시집의 특징이다. 인간살이에 대한 그의 시선은 '가장 잔인하고 흉물스런 짐승', '사람으로 사는 감당 못할 무거움', '사람 아닌 무엇이고 싶구나 오오랜만에' 등의 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시인이 본 인간의 시간에 대한 지독한 혐오는 미물들의 경이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하고, 그 정겨운 처소에 경건히 배례하도록 만든다. 이번 시집에는 35년동안 시를 써오면서 얻은, 시에 도전할수록 더 커지는 시에 대한 절망감과 손놓을 수 없는 애착을 솔직하게 표현한 시들이 담겨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는 나희덕 이진명 허수경 황인숙 김경미 엄승화 조은씨 등 여성시인들의 사랑의 시를 한 권에 묶어냈다.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사랑이라는 '강'의 의미가 얼마나 다양한 형태로 다가서는지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들에게서 사랑은 '허탈하고 지독한 외로움'(김경미), '겉으로는 평화롭고 잔잔하지만 안으로는 소용돌이 치는 사랑'(나희덕), '정열적이면서도 어두운 간절히 갈구하는 사랑'(엄승화),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사랑'(이진명), '무덤처럼 무거운 사랑'(조은), '관능적이면서도 모성애적 사랑'(허수경), '여름날 빗방울처럼 싱그럽고 경쾌한 사랑'(황인숙) 등 다양한 빛깔로 나타난다.

김윤수씨는 시집 '아직도 나는 그대에게 가지 못합니다'에서 삶과 사랑, 자기를 찾아가는 길을 간절하게 바라고 더듬어 찾고 있다.

행복과 아픔, 그리움, 침묵과 세월, 생명과 사랑 등 삶을 지탱하고 있는 갖가지 화두들을 노래하고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마치 아포리즘처럼 세상살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시로 만들어지고, 마음속에 그득 담아둔 따스한 노래들이 각 시편마다 울린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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