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 '조기 공조복원' 추진배경과 전망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이 17일 저녁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한 것은 전적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2여 공조복원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민련과 민주당의 공조 관계는 변함이 없다"며 공조 복원에 강한 의지를 보인데 이어 한 실장은 김 명예총재를 전격적으로 방문, 자민련이 이번 총선에서 얻은 결과에 대한 김 대통령의 위로의 말과 함께 '공조정신'을 살려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이날 면담 결과에 대해 한 실장측은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해 김 명예총재가 김 대통령의 뜻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했다.

여권은 또 한 실장의 방문에 이어 박태준(朴泰俊) 총리 등 자민련쪽 인맥을 총동원해 김 명예총재 끌어안기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처럼 여권이 당초 여유를 두고 자민련과의 공조재개를 시도한다는 방침을 수정, 조기 공조복원 쪽으로 선회한 것에 대해 여권은 '신(新) 관계 설정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총선으로 인해 자민련의 참패, 민주당의 1당 무산 등 상황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자민련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권이 조기 공조복원을 서두르는 속내는 자민련의 내부 사정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민련은 총선 참패이후 당의 구심점을 잃은 상태여서 그대로 놔둘 경우 지역구의원 12명이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여권은 자칫 때를 놓쳐 일부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흡수될 경우 과반의석을 한나라당에 넘겨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은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에 대해 '과거 관계로의 회귀' 차원에서 합당 등 물리적 결합으로 연결시키는데 대해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자민련 내의 반(反) 민주당 세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자칫 '인위적 정계개편'이라는 한나라당의 반발을 초래할 우려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민련과 김 명예총재측의 반응이다. 김학원(金學元) 대변인은 한 실장의 청구동 방문 직후 기자들에게 "김 명예총재는 한 실장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해 김 명예총재가 선뜻 김 대통령의 뜻을 수용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김 명예총재가 결국 김 대통령이 내민 손길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대통령이 진심으로 김 명예총재를 긍정평가하고 있고, 국정운영에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김 명예총재가 총리직을 떠난 뒤 선거전에 돌입해 김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해 거친 말을 할 때도 한마디 응수를 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김 대통령은 김 명예총재와의 신뢰관계를 굳게 믿고있으며 공조 재개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며 김 대통령이 김 명예총재에게 쏟는 '정성'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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