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결과 한나라당의 영남권 싹쓸이에 대해 청와대와 집권당이 매우 섭섭해 하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현정부가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 왔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올 바에는 이제 동진정책을 펼칠 필요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사실 민주당 측에서 보면 열을 낼만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민주당은 집권초부터 동서화합에 거국적으로 나서 영.호남교류에 힘을 쏟았다. 자매결연이란 명목으로 자치단체나 기관인사들이 성가실 정도로 오가고 문화인들은 교환공연을 펼치며, 심지어 코흘리게 학생들은 수학여행지를 서로 바꿔가기까지 했다. 선거가 임박해서는 영호남 경계지역에 '영.호남 화합마을'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뿐인가. IMF 구조조정과정에서 영남권에서 인사와 예산의 호남편중성을 지적하며 반발하자 장관직을 안배하는가 하면 유교문화권개발.밀라노 프로젝트 같은 개발사업을 집권당의 이름으로 곳곳에 선물하기 바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싹쓸이라니 화를 낼 법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 국민운동적 성격의 요란한 교류와 선심성 동진정책이 한나라당 싹쓸이의 원인임을 알아야 한다. 물론 노태우나 김영삼 정부에서도 영.호남화합을 위한 교류가 있었고 선심예산지원이 있었지만 그렇게 요란하지 않았고 두드러지게 표출돼진 않았다.
이번 한나라당의 영남권 싹쓸이는 집권당의 이같은 자세와 행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기였다. 개혁정부에서는 사라졌어야 할 그런 자세와 행태의 심화가 영남사람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피해의식을 불러 일으켰다.
상당수의 영남사람들은 지난 대선의 결과를 맺힌 한은 풀어주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한풀이가 앙갚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용서하고 포용하는 큰 가슴의 열린 정치로 나타나길 기대했고, 김대중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과 취임연설에서 약속했었다.
하지만 집권당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와는 달리 독선적 극단적 모습을 보여 여러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이번 총선의 한나라당 영남권 싹쓸이는 이같은 기대에 대한 실망의 표현에 다름이 아니다.
4.13총선의 결과가 보여주는 지역감정의 벽은 이제 갈데까지 간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집권당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수도권과 충청권서 15대때보다 의석을 더 확보한 사실을 들어 전국정당의 출현이며 정치문화의 발전이라고 자위하고 있으나, 수도권 증가는 선거막바지 돌출한 남북정상회담 때문이며 충청권의 변화는 '떠는 해'와 '지는 해'의 충청권 주도권싸움의 결과일 따름이라고 본다면, 지역감정의 골은 한 골 더 깊어진 것이다.
현단계에서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길은 집권당이 집권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일밖에 없다. 욕심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 합리적으로 고칠 것은 고치고 개혁할 것은 개혁하라. 사람도 지역안배란 이유로 엉터리같은 사람 앉히지 말고 경상도든 호남이든 필요한 사람을 적시적소에 써라.
대구위천공단 경북도청이전도 된다, 안된다 딱 부러지게 결단을 내려라.
그리고 제발 집권당의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라야만 지역개발을 잘 할 수 있다는 과장된 주장을 하지말라.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원칙없는 편파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다. 그런 주장을 하고 그런 정책을 펴기에 지역민들의 지역이기주의가 사라지지 않고, '내고장 대통령' '내고장 당' '내고장 장관' 운운하는 지역감정이 없어지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17일 특별담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존중하여 대화와 협력의 큰 정치를 열어가겠다고 또한번 다짐했다. 그 다짐이 '립서비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집권당 당국자들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의 사람들이 이번 총선의 결과에 대해 인물위주의 선택을 못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65.9%가 만족스럽다고 답한 사실을 헤아려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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