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뇌성마비 구미국유림관리소 현재혁씨

"이젠 세상이 아름답고 밝게만 보여요" 선천성 뇌성마비의 장애를 딛고 구미 국유림 관리소에서 7급 산림행정직 직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현재혁(33)씨

어눌한 말투와 부자연스런 걸음걸이때문에 한 눈에 장애인임을 알 수 있는 그의 입가에는 항상 해맑은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친절한 태도와 낙천적인 성격으로 일관하는 그를 보고 동료들은 물론 민원인들까지 작은 감동을 받곤한다.

대구에서 교육자 집안에 태어나 첫 돌을 지나고도 걸음을 걷지못해 병원진단 결과 뇌성마비 판정을 받은 현씨는 지난 74년 장애인교육기관인 대구대부설 보건학교에 입학해서도 학업성적이 출중했다. 78년 신암초교로 전학, 불편한 몸으로도 5, 6학년때 반장을 연이어 맡는 등 학교생활에도 모범을 보여왔다. 90년 영남대 응용미생물학과를 졸업한 후 취업이 되지 않아 방직공장을 전전했던 현씨는 장애자의 비애를 곱씹어야만 했다. 장애인 차별이 덜 심한 공무원이 되기로 한 현씨는 1년여간 준비끝에 91년 총무처 시행 9급행정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같은 해 9월 안동영림서 구미관리소에 발령받아 10년째 근무해 온 현씨는 지난해 5월엔 7급으로 승진했다. 최근 산림청에서 실시한 '이달의 산림공무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96년 11월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승용차를 구입, 자가운전으로 출퇴근하고 있는 현씨는 2002년쯤엔 이탈리아 등 유럽일주를 목표로 3년째 영어회화에 열중하고 있다. 현씨는 친구들과 함게 어울려 맥주를 마시러 다니고 주말이면 대구 고전음악 감상실 '하이마트'에서 2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클래식음악 동호회 활동에 푹 빠져있다. 현씨는 결혼문제에 대해 "서로를 이해하고 대화가 통하는 진실된 상대가 생기지 않는 한 혼자 사는 것도 괜찮은 인생"이라며 밝게 웃었다.

구미.李弘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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