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죽어야 내가 산다'. 지난 총선에서 대다수 후보들은 도둑×에 파렴치범으로 몰렸다. 그리고 진실 여부에 상관없이 해명에 진땀을 빼야 했다. 또 더이상 욕을 먹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더 나쁜 ×'으로 몰아야 했다. 내 표보단 사생활이나 병역, 치부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함으로써 상대 표를 깎아내리려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린 탓이다.
따라서 경합지역 후보일수록 온갖 상처를 받아가며 '비웃음의 심판대'에 서야 했다. 새천년 벽두. 밀레니엄 선거란 화려한 수식어 속에 시작된 16대 총선이 왜 이처럼 추악한 모습으로 끝을 맺었을까.
답에 앞서 네거티브 선거전의 배경을 살펴보자.
우선 16대 총선에서 대구 지역은 53.5%, 경북은 64.6%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보였다. 선거 냉소주의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가 자기 지역 후보에게 눈길을 보낼 리가 없다. 여기에다 지역에서 출마한 비(非)한나라당 후보들은 '유령'과 선거전을 치렀다며 하소연한다. 상대 후보 개인이 아니라 '반DJ' 정서가 기초가 된 지역주의가 주적이 된 탓이다.
따라서 선거 초반부터 인물 대결이나 정책 공방 등 정상적인 선거전은 아예 실종됐다. 유권자의 관심을 떠난 '시계(視界) 제로'의 선거전은 투표일까지도 이어졌다. 결국 마음이 다급해진 후보들의 선택은 '폭로와 비방'. '나를 몰라주면 상대방 약점이라도 관심을 가져 달라'는 심리다. 선관위와 총선시민연대의 후보자 전과와 병역, 세금 납부 실적 등의 공개도 화약고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선거중반을 넘어서면서 흑색선전과 무차별적인 폭로 공방으로 번지고 골목에는 불법유인물까지 등장하는 추태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은 다양한 꼬리표를 하나둘씩 달았다. 병역기피에다 불륜, 학력시비까지. 흘러간 노래인 '빨갱이 후보론'까지 등장했고 유세장에서 '병신' 등 극단적인 발언까지 쏟아졌다. 고소, 고발도 줄을 이었다.
이제 16대 총선은 막을 내렸다. 문제는 다음 선거.
정치 전문가들은 우선 후보자 검증의 철저성을 요구한다. 선관위가 전과는 금고형 이상, 납세는 일부 항목만 발표함으로써 섣부른 공개가 비방전이라는 역기능을 낳았다는 평이다. 또 향응, 금품 제공에만 집중된 선관위와 검·경의 경계망도 '비방이나 흑색선전'에 맞추어져야 한다. '떠들면 그만인' 후보자 발언에 대해 제도상의 경고나 책임추궁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가장 절실한 것은 유권자 의식이다. 시민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는 한 '네거티브 선거전'은 계속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답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몫으로 돌려진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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