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부실기업주의 큰소리

환란이후 우리가 추구하는 개혁의 방법과 목표는 무엇인가. 16대총선을 마치고 김대중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경제개혁을 일관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그러한 개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슴에 와닿질않는다. 다만 서민들의 입장에선 앉아서 날벼락 맞듯 환란속에 실직·감봉·노숙과 같은 고통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오는 일이 없게하는 것이 개혁에 대한 최소의 바람이라할 것이다. 좀더 욕심을 부린다면 '매력적인 한국', '살고싶은 한국'을 만드는 것이라 할까.

현정부 들어 경제개혁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이번 선거기간에도 여당측의 홍보가 늘어졌지만 알쏭달쏭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누구의 덕이든 일단 외환위기를 벗어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아직도 이러다간 또한번 위기를 맞을 것같은 느낌을 줄만한 현상들이 불거지고있는 것이 그것이다. 그같은 사례로 최근 또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기업개선작업(워크 아웃)중인 부실기업주의 도덕적 해이는 아찔한 수준이다.

채권단과 약속한 워크 아웃 기업주들의 평균 사재출연율은 50%고, 자구계획 이행률은 35.8%에 불과하지만 자숙하기는 커녕 경영간섭에 나서 되레 큰소리치고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공직취임과 정계진출까지 하고 있는 것은 또 나라망칠 일이 생길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한다.

2월말 현재 자구이행률이 10%미만인 고합그룹의 장치혁 회장은 전경련 남북경협위원장을 맡았고 미주그룹 박상희 회장은 선거 때 사퇴의사를 밝혔던 중소기협중앙회 회장직을 고수하면서 여당의 전국구의원에 당선됐다. 이들 워크아웃 기업의 부실이 국민들에 끼친 피해와 고통을 생각하면 기업의 회생도 되기전에 부실을 저지른 이들에게 공직을 맡긴다는 것은 정부·여당이 경제계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로 비치는 것이다. 잘못하고도 으시댈 수 있는 사회라면 개혁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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