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숙자들 '숲가꾸기 공공근로' 현장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맹동산 능선으로 아침 햇살이 조금씩 얼굴을 내미는 이른 아침 6시. 폐교가 된 삼의분교 운동장에는 건장한 남성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이들은 모두 경제난으로 직장을 잃고 지하철과 급식소 등을 오가며 노숙생활을 해오던 사람들.

몇 해 전만해도 이들은 공기업의 중견간부로 일하거나 건설업계의 내로라하던 기술자들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실직의 절망감에 가정을 떠나 하루 하루 기약없는 날들을 보내야만 하는 이들에게도 그러나 재기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들은 그동안 서울시가 성공회대학(총장 이재정)을 통해 위탁운영하는'서울 자유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노숙자 생활을 끝내고 마침내 산림청이 실시하는'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에 참여, 새로운 삶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산림청과 자유의 집은 지난해부터 강원도 평창·철원 등 4곳과 경북도 봉화군을 포함해 전국에 걸쳐 대도시 노숙자 200여명을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에 투입, '숲과 함께 삶의 희망 가꾸기'를 펼치고 있다.

특히 2000년 사업에는 140여명의 노숙자들이 경북 영양을 비롯 전국 5개 지역 사업장에 투입돼 어엿한 근로자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석보면 삼의리 맹동산 국유림 공공근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30여명의 노숙자들은 대민관계와 안전 등에 대해 1주일간 교육을 받고 재활의지를 다졌다.

전직 건설 기술자였던 박영신(44·서울시 장안구)씨는 "지난해부터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삶의 의욕을 찾았다"면서 "푸른 숲을 가꾼다는 의미와 함께 새로운 삶의 희망을 가꿀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며 결의를 다진다.

이들은 공공근로사업이 없는 토·일요일에는 산나물 채취와 영농에 참가하거나 농촌지역 독거노인 농가의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을 통해 새 삶의 의욕을 돋구고 있다.

한편 서울시와 산림청은 이들의 숙소 마련을 위해 4천700만원을 들여 폐교가 된 삼의분교를 보수하고 전기와 수도시설을 마련했다.

영양.嚴在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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