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교생 잠재력 개발과정

가랑비가 스치고 지나간 19일 오전 학생야영장. "더 있으면 안 되나요" "다시 올 수는 없나요"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빗방울보다 더 굵은 눈물을 뿌리며 산을 등지고 있었다.

제1기 고교생 잠재력 개발과정 4박5일의 일정을 마친 대구지역 7개 실업계고 76명의 여학생들. 어쩌면 학교생활 10년이 되도록 제대로 남의 앞에 서 보지 못하고 주목을 끌지도 못한, 전체 속에 숨어 지내는 보통 학생들이다.

이들이 수련과정에 참가한 것은 대구시 교육청이 지난 84년부터 지도력 배양과정이라는 이름으로 계속해온 학생연수를 뒤집은 데 따른 것. 학생회 간부나 우등생들에게만 연수를 시킬 게 아니라 보통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첫날인 지난 17일. 입교식을 마치고 마음열기, 자기 알리기, 자기 사랑 등의 순서가 이어졌다.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은 아예 자기 차례를 외면하며 프로그램 자체를 무시했다.

18일 오전6시 기상시간. 1개 생활실당 10명이 잠들었지만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담임을 맡은 학생수련관 연구사들이 기상을 외쳤지만 거들떠보는 학생은 없었고 급기야 학생들의 발바닥을 간지르는 소동 끝에 30여분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오전 프로그램도 하는 둥 마는 둥, 왜 수련과정에 참가했는지 이유조차 궁금해 않던 학생들이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이날 오후 장애인들이 다니는 성보학교에 봉사활동을 나가면서부터. 학생들은 장애인들을 보자 금새 달려들어 안아주었고 앞다투어 걸레를 들거나 빨래감에 매달렸다.

궁도, 스포츠 댄스, 점토공예, 국토순례 등의 프로그램이 계속된 이후 마지막 밤인 20일 수련관 강당. 생활실별로 노래와 춤솜씨를 선보인 '어울마당'에서 지난 4일 동안 이들의 변화를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이어진 '효행의 다짐' 시간. 학생 2명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연이어 읽어내려가자 한두명씩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고 이내 울음바다가 됐다. 한 학생은 "언제나 말썽만 피우면서도 주위 환경을 원망만 해온 나 자신이 부끄럽다"며 "착한 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김영욱 수련부장은 "매사에 소극적인 보통 아이들의 잠재력을 찾아낸다는 것이 생각보다 몇 배나 힘들었다"면서도 "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수련과정은 성공"이라고 말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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