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조복원 청와대 고심

청와대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거듭된 공조복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일 "우리는 김 명예총재를 정성을 다해 모시겠다는 입장에서 한치의 변화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그 문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며 화제를 돌렸다.

다른 관계자들도 자민련과의 공조 문제나 김 명예총재의 민주당에 대한 공격적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으면 한결같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자칫 말이 잘못 새나가 자민련을 자극하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한 관계자는 "밉지만 밉다고 할 수 없고, 때리면 맞고 웃어야 하는 미묘한 관계"라고 표현했다.

청와대의 이같은 입장은 자민련이 비록 원내교섭단체도 구성하지 못하는 의석을 얻었지만 자민련의 도움 없이는 정국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는 절박감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김 명예총재가 결국 '대통령제 정당'인 한나라당보다 내각제 약속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민주당과 공조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여소야대정국에서 자민련이 끝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에 대비한 최악의 정국운영 시나리오도 나름대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맥락에서 한 고위 관계자가 이날 "국민에게 정정당당하게 호소하고 여론에 의해 정국을 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여권의 대화와 협력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당의 발목잡기'가 계속될 경우 정공법으로 나아갈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총선전, "여당이 선거에 질 경우 '국민의 힘'을 바탕으로 개혁을 추진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한 여권 핵심관계자의 말과 상통하는 것일 뿐 아니라 김 대통령이 19일 4.19 기념식 치사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강조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물론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도 대선이 있고 하니 대의명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국가적 당면문제를 협력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앞으로 모든 개혁에 국민의 힘이 크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 여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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