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결혼을 생각하는 젊은이에게

산과 들 그리고 도심 공원의 작은 나무 하나까지 연두색 봄빛이 완연하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나들이간 곳에서는 예비부부 몇쌍이 멋진 포즈와 함박웃음을 사진에 담고 있었다. 기사의 지시에 따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동작은 더러 어색하기도 했으나 마주보며 짓는 그들의 미소는 행복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봄은 희망과 설렘으로 다가오지만 그들만큼 이 봄이 포근하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의 90% 이상이 결혼을 하며, 미국의 경우 이혼자의 75% 정도가 재혼한다. 이는 결혼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이 고통을 능가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이다.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낫다고도 하지만 모두가 잠재적 경쟁자인 각박한 세상에서 '절대적 내편'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큰 위안이 된다.

그러나 모든 이들에게 결혼생활은 순풍에 돛단 것만은 아니어서 사랑의 서약을 지키지 못하고 남남으로 갈라서는 부부도 많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98년도 우리나라의 이혼건수는 9만8천여건으로 90년도에 비해 214% 증가했으며, 80년도에 비해서는 무려 416% 증가하였다. 이렇게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는 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신세대의 사고방식과 결혼관이 과거 세대와 상당히 다르다는 점에 기인한다. 신세대의 특징적 결혼관과 결혼에 임하는 바람직한 자세를 함께 생각해 본다.

먼저, 신세대는 결혼의 지속성보다는 행복이나 정서적 안식과 같은 질적인 측면에 더욱 비중을 두기 때문에 애정이 식거나 안정적이지 못한 관계는 쉽게 청산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혼으로 끝나는 관계가 진정 잘못된 만남인 경우도 있으나, 그보다는 기대를 절제하고 부조화를 극복하는 노력이 부족한데다 결혼을 단순히 연애의 연장으로 생각해서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연애패턴을 부부관계까지 확장하는 신세대의 특징에서 비롯되는 수가 많다. 결혼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는 아니라 할지라도 만남과 헤어짐을 지나치게 가벼이 생각하는 세태에 아쉬움이 크다. 결혼은 연애보다 지겹다. 이것은 역사가 소설보다 지루하다는 논리와 같다. 그러나 역사는 소설이 흉내낼 수 없는 깊이와 오묘함이 있다.

둘째, 신세대는 청소년기부터 다양한 이성과 자유로운 교제를 해왔기 때문에 과거 세대보다는 이성을 보는 눈이 훨씬 세련되고 정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이성교제를 한 젊은이일수록 '세상에 별 남자(혹은 여자) 없다', '사랑은 부질없는 일'이라는 냉소적 태도를 지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렇다보니 애틋한 사랑의 감정으로 혼인에 이르기보다는 외모나 지위와 같은 외적 조건만을 따져서 배우자를 고르게 된다. 사랑 하나에 목숨거는 일도 바람직하진 않지만 조건만을 따지는 어리석음도 경계해야 한다. 감정과 이성의 조화 즉, 진실한 사랑이라는 감정적 바탕 위에서 이성적 사고를 통해 결혼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셋째,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부부간의 가사분담 필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남성은 대체로 직장을 가진 여성을 배우자로 선호하면서도 여성 위에 군림하려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남녀간의 차별적인 기대는 갈등을 야기하고, 원만한 해결이 어렵게 되면 경제적 자립능력을 가진 여성들은 불만스러운 관계에 더 이상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남녀는 다르지만 평등하다는 진부한(?) 얘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특히 남성의 전향적 사고와 노력을 기대한다.

성공적 결혼은 우연히 또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모든 과정이 어긋나듯이 배우자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신중하게 판단하며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중매의 경우 두세 번 만나면 다그치듯 결정을 재촉하고 쫓기듯 혼인하는 무책임한 풍토는 서글픔에 잠기게 한다.

대구효성가톨릭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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