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러 CTBT 비준, 다음주 NPT회의

인류를 '핵'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세계적 노력이 급류를 타고 있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미국 상원도 아직 미루고 있는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 비준을 21일 했다. 제2차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Ⅱ)을 비준한 지 일주일만에 나온 조치. 러시아의 잇단 발빠른 움직임은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졌던 핵 억제 협상에 청량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돼 가나=중요한 핵 관련 협상에는 3개가 있다. 주요 5개국 외에는 핵을 갖지 못하게 하자는 것, 더 이상의 핵실험을 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 미국과 러시아 양대 강국이 이미 갖고 있는 핵탄두를 줄이자는 것 등이 그것.

◇NPT(핵확산 금지조약, Non Proliferation Treaty)=1968년 조인돼 이듬해 5월 발효됐다.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기존 보유국(핵클럽) 외의 다른 나라는 핵을 갖지 말라는 협정. 기존 보유국들도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995년에 25년 기한이 1차 만료됐으나 효력이 무기한 연장됐으며, 5년마다 재검토 회의를 개최,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오는 24일에 5년 주기의 그 재검토 회의가 UN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미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쿠바 등이 조인을 거부한 뒤 일부는 핵을 개발해 버리기도 했고, 북한.이라크 등은 조인하고도 핵무장 의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2년 전 인도.파키스탄의 지하 실험 강행은 이 조약을 더욱 위협했다.

따라서 187개국이 참여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갖가지 제재와 어르기가 병행될 전망이다. 또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위(NMD) 구상을 둘러싼 중국.러시아의 의구심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상원이 CTBT 비준을 거부함으로써 다른 나라에 대한 핵 억제 요구의 도덕적 힘을 잃어버린 미국에게는 어느때 보다 힘든 회담이 될 전망이다.

◇CTBT(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 Comprehensive Test Ban Treaty)=1995년에 NPT를 무기한 연장하면서 '일체의 핵실험을 중단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됐다. 그 다음해 9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다.

그러나 효력 발생에 조인이 필요한 44개국 중 러시아를 포함해 30개국만이 비준을 마쳐 아직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상원의 거부로 비준을 받아내지 못했다. 더욱이 러시아 하원이 21일 이를 비준하자 그린피스는 즉각 미국의 비준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비준 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환영성명을 통해 "미국 상원도 이를 곧 비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START(전략무기 감축협정,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NPT와 CTBT가 전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협정인 반면, START는 최대 핵 강국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핵탄두 감축 협정이다. 1970년대부터 이 협상을 진행해, 1991년에 STARTⅠ의 합의를 이뤄냈고, Ⅱ비준까지 최근 마무리된 가운데, 현재는 Ⅲ협상이 시작된 단계이다.

◇주도권 잡은 러시아=STARTⅡ와 CTBT를 잇따라 비준함으로써 러시아는 핵 관련 협상에서 미국을 제치고 우위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공화당이 지배하는 상원의 CTBT 비준 거부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

한편 러시아 국가안보위는 CTBT 비준에 맞춰 "재래식 전력이 위기를 안정시키는데 비효율적인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핵 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강경한 핵사용 기본지침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는 핵 관련 협약 비준을 반대해 온 러시아내 공산당 등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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