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 창가에서-남북정상회담 유감

존경하는 김대중 대통령님. 오늘 판문점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차관급 준비 접촉이 열립니다. 남북정상회담. 참으로 장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리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께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또 한번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돼 감히 당부드립니다. 이제 민족의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오늘 남북회담 준비접촉

97년 12월, 대구를 찾은 김대중 후보는 "준비됐습니다. 이번에 뽑아 주면 전 국민들이 후회하지 않는 정치를 펴 보이겠습니다"라고 다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역감정이 극성이던 당시 이지역 지식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호남출신 DJ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DJ가 인사 등에서 호남을 편애하지 않는 탕평책을 씀으로써 지역감정을 없애는 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기대는 절반만 실현된 채 입니다.

대통령님. 지난 주 끝난 4.13 총선은 결과만을 놓고 볼 때는 모름지기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애쓴 대통령님의 기대를 저버린 너무나도 무심한 선거였습니다. 더구나 선거 사흘전 발표된 남북 정상회담으로 국민적 기대치까지 한껏 높아졌던 때였습니다.

대통령님. 남북정상회담이, 남북통일이 지금 이 시대, 우리 국민에게 최대 명제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선거를 사흘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정상회담에 대해 의아해 하는 국민도 있었습니다. 과거 북한과 통일에 대한 진보적인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정치적 핍박을 받으셨던 대통령님께서 역대 어느 정권처럼 어떻게 저렇게 하실까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존경받는 대통령돼야

대통령님께서는 총선 후 발표한 성명에서도 지역감정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하셨습니다. '지역감정'이란 말은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지 말아야 하는 금도(襟度)라 생각됩니다. "아직도 정부요직에서 영남과 호남출신의 불균형이 인구 대비 정상화되지 못했다"는 식의 설명이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지 않을 지 우려됩니다.

조선조 황희 정승의 고사가 생각납니다. 부엌에서 며느리의 말이 옳다고 하고는 다시 안방에서 마님의 말이 옳다고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듣고 있던 마당쇠가 "그럼 도대체 누가 옳단 말입니까?" 하니 "너 말도 옳다"고 했다는 말 말입니다. 황희 정승이 누가 옳고 또 누가 그른지를 몰라서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지 아랫사람들의 다툼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대인의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님께서는 후보시절에 대통령이 되면 참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큰 정치를 펴 보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그 기회를 잡으신 것입니다. 이제 우리 국민에게도 존경하는 현직 대통령을, 또 존경하는 생존 전직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을 주십시오. 선거를 사흘 앞두고 '남북정상회담'같은 '대박'이 생겼어도 선거뒤 터뜨렸다면 대통령님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봤습니다.##상생의 큰 정치펴야

대통령님. 국민은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고 싶습니다. 민주화 투쟁하던 40대의 DJ, 60대 야당 지도자 DJ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이제는 민족의 지도자로서 대통령을 갖고 싶은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이제 무엇보다 남북한의 통일과 우리 한민족의 하나됨, 번영을 위해 애써 주십시오. 그래서 통일의 터전을 닦으신, 민족대화합을 이루신 대통령으로 기억되게 해주십시오. 그것이 이번 총선에서 '반DJ정서'로 나타난 지역감정을 해결하는 한 방법일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24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만남이 화합과 상생의 큰 정치를 펴는 밑그림이 되기를,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열려 통일이 앞당겨지기를 거듭 기원합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