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흥행작 없어도 해외서 잘 나간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해외영화제에 참가한 한국영화들이 잇따라 수상소식을 전해오면서 한국영화계가 모처럼 만에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린 우디네이 아시아영화제에서 배창호 감독의 '정'(情)이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했다. 총 55편의 아시아영화가 참가한 이번 영화제에는 '쉬리''텔미썸딩''주유소 습격사건' 등 11편의 한국영화가 출품됐으며 북한 영화도 7편이 출품, 화제를 모았다.

제작관계자는 "'정'이 평론가, 매스컴 관계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과 함께 기립박수를 받았다"며 "관객의 투표에 의해 최우수 관객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김혜자 최진실 주연의 '마요네즈'는 지난 4일까지 인도 컬리컷에서 열린 제5회 케라라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케라라영화제는 인도의 영화제중 뉴델리 영화제 다음으로 큰 영화제로 매년 주제를 정해 개최하는 것이 특징. 올해의 주제는 '휴머니즘'. '마요네즈'는 심사위원들로부터 "모녀간의 심리적 갈등을 이처럼 잘 다룬 작품은 없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함께 출품된 '미술관 옆 동물원'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또 지난 9일까지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열린 제4회 쉐르미 다모레영화제에서 '내 마음의 풍금'이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으며, '정사'는 비평가상과 예술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반칙왕'을 제외하곤 올해 들어 이렇다할 흥행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들려오는 소식들이라 영화관계자들이 더욱 반색.

특히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임권택감독의 '춘향뎐'의 수상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뤽 베송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번 제53회 칸영화제(5월10~21일)에서는 켄 로치의 '빵과 장미'(Bread & Roses), 제임스 아이보리의 '골든 보울'(The Golden Bowl) 등 쟁쟁한 작품들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춘향뎐'은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춘향과 몽룡의 러브스토리에 수려한 한국의 풍경과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가 어우러져, 동양적 심미주의를 동경하고 있는 심사위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춘향뎐'과 함께 단편영화 '우산'도 단편경쟁부문 진출이 확정됐다.

이로써 올해 칸 영화제에 진출하는 국내 영화는 '춘향뎐' 외에 '박하사탕''오! 수정''해피 엔드''우산' 등 모두 5편으로 늘어나 외국작품이 참가할 수 있는 모든 부문(5개 분야)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한편 문화관광부가 칸영화제 현지 홍보 등 '춘향뎐'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5월 중순께 재개봉하기로 결정했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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