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5시10분(현지시간) 쿠바 난민 소년 엘리안 곤잘레스(6)군의 마이애미 친척집에서 벌어진 사건은 세계를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미 이민귀화국(INS) 무장요원 20여명이 최루탄을 쏘며, 망치로 담장과 현관을 부순 뒤 옷장 속에 숨어있던 여섯살짜리 소년을 단 3분만에 '강제구인'한 것. 마치 대 테러 작전을 방불케 했다. 더욱이 무장요원들이 엘리안군을 향해 기관단총을 겨누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키웠다.
이 사건은 처음엔 평범한 것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25일 어머니 등 10여명과 쿠바를 탈출했다가 배 전복으로 어머니를 잃은채 구출됐다. 이런 쿠바 난민은 통상적으로 미국에서 강제 추방돼 왔다. 미 법무부도 엘리안을 쿠바의 친아버지에게 송환토록 명령했다. 그러나 그러고도 5개월째 이를 실행하지 못하자 '엘리안 사건'은 미국내 최대의 이슈로 부상했다.
엘리안의 친척 등 쿠바계 미국인들은 "엘리안이 쿠바로 돌아가면 보복을 당할 것"이라며, 그의 정치적 망명을 요구했다. 쿠바측은 "이혼한 어머니가 엘리안을 납치했다"고 주장, 당연히 송환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미국 대선과 맞물리면서 복잡해져 버렸다. 대의원수가 많은 플로리다주 쟁탈전에 '엘리안 사건'을 이용한 것. 공화당은 플로리다주 쿠바계 유권자를 겨냥, 클린턴 행정부를 비판했고, 한때 앨 고어 부통령도 쿠바 표를 의식해 이에 동조했다가 민주당내 반발로 물러서기도 했다.
이때문에 이번 기습작전은 정치적 고려 보다 법을 수호하려는 클린턴 행정부의 결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민의 57%가 강제구인에 찬성하고, 40%가 강제구인 방법이 지나쳤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영국언론은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구인작전은 어느 무엇도 정당화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제구인 소식에 송환 반대자들은 22일 도로를 차단하고 타이어 등을 불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290여명이 체포되고 주민 90여명과 경찰 3명이 부상했다. 이들은 또 25일자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 사건과 관련, 친척들이 연방 항소법원에 낸 '엘리안 정치망명 허용신청' 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상태이고, 또 판결이 나더라도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최종판결까지는 최소한 몇개월이 더 걸릴지도 모른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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