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밀리오레 용도변경 추진과정 문제점

대구시가 도심 교통난을 무시하고 형식적인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밀리오레의 대우호텔 인수를 돕고 있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대구시는 '도심지 흉물방치 곤란'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밀리오레 처리와 관련한 대구시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대구시 행정의 공정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밀리오레 용도변경 추진과정에서 나타난 대구시의 문제점을 짚었다.대구시는 지난해 대우그룹 부도 이후 공정률 56%에서 공사가 중단된 연면적 3만평의 옛 국세청 대우호텔(대우센터) 처리를 놓고 고민했으나 대안이 없었다. 이 때 서울 동대문 패션몰로 출발한 밀리오레가 등장했다. 대우 채권단과 본격 협상에 나서기 전 밀리오레 ㅇ사장이 문희갑 대구시장을 면담했다. ㅇ사장은 호텔인 이 건물의 용도를 패션몰로 바꾸겠다며 판매시설 면적을 늘려 줄 것을 요구했다. 대구시와 밀리오레의 '공동작업'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3월 2일 문시장은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인 토목.건축.교통 관련 교수 6, 7명을 불러 대우호텔을 흉물로 남게 할 수 없다며 '포괄적인 도움'을 당부했다. 경제산업국, 교통국 간부들도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들과 밀리오레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벌였다.

교통영향평가 심의날짜까지 시와 밀리오레가 사전 협의를 거쳐 정했다. 그러나 19일 오후, 2시간 이상 진행된 심의에서 대다수 심의위원들은 밀리오레의 교통영향평가 자료를 일제히 비판했다.

먼저 지상 24층을 22층으로 줄이는데도 연면적은 오히려 800평 이상 늘어나 열린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 지적됐다. 건폐율이 6.5% 포인트 이상, 용적률이 36.2% 포인트 증가한 것도 문제였다. 또 판매시설 이용인구를 턱없이 낮춰 잡은 것이나 현재 6%도 안되는 지하철 수송분담률이 2002년 39%가 될 것이라는 밀리오레측의 주장은 대구 교통현실을 무시한 터무니없는 분석이라고 비판받았다.

버스와 지하철이 끊긴 밤 11시 이후 밀리오레를 빠져나가는 예상 고객 4천756명 중 61.5%인 2천925명이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심의위원 모두가 웃고 말았다. 심의가 끝난 뒤 한 심의위원은 "이런 엉터리 자료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대우호텔 부지를 롯데 등 다른 대기업에 넘기려했으나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비난을 무릅쓰고 밀리오레의 제안을 수용했다. 하지만 밀리오레의 실상이나 밀리오레 진출에 따른 경제적 기대이익과 기회비용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 경제산업국, 교통국 간부들은 문시장의 눈치만 살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全桂完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