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1개 오락실에 檢·警 20명 수뢰

대구지검이 밝힌 성인오락실 뇌물비리수사결과를 보고 우선 우리의 공직기강해이가 과연 근절될 수 있을 건지 강한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성인오락실1곳을 두고 검찰직원 경찰 구청직원 등 무려 21명이 수시로 들락거리며 돈을 뜯어왔다는 그 자체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검찰직원이나 경찰은 바로 사회기강을 확립하는 주체이다. 이들이 이러도록 부패고리로 연결됐다면 '우리사회의 기강'은 그야말로 공염불이다. 온갖 탈·불법이 난무하는 이런 업소에 이렇게 단속정보를 흘리거나 단속자체를 눈감아주는 그 대가로 돈을 챙긴다면 우리 사회에 판치는 탈·불법이나 비리는 원천적으로 근절은 커녕 오히려 더 부추기는 꼴이 된다.

현장과 직접 부닥치는 검·경이 이렇게 썩어 있다면 상부에서 아무리 비리척결의지를 밝혀봐야 그건 그야말로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이미 인천호프술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밝혀진 경찰들의 뇌물실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바 있다. 그곳에도 술집한곳에 1백여명의 경찰들이 떼지어 돈을 뜯어간게 드러나 용돈이 궁하면 호프술집 주인을 찾으면 해결되는 어처구니 없는 부패실태를 목격한바 있다. 그 부패의 실상이 그대로 대구의 1개 성인오락실에서 또다시 재연 됐으니 과연 우리사회의 비리는 구조적으로 근절될 수 없다는 굳건한 벽에 부닥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IMF이후 공직의 구조조정이 과연 제대로 됐는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위에서 하라니 묘안이 없어 나이순으로 자르는게 구조조정이라면 백번 해봐도 공직의 효율성은 높아질리가 없다. 그 부작용들이 이번 비리로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지금 정부에서 대대적인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사정을 한다고 했으나 바로 이런 비리의 소지가 잔존하고 있는한 과연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건지 회의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엄포의 효과가 일시적으론 있을지 모르나 그 근원은 잠시 숨죽이고 잠복해있다 바람이 지나가면 또 고개를 내미는 끝없는 반복이 연속될 뿐인 게 현실이다. 검찰은 일단 이번 수사를 성인오락실 한 곳의 비리를 밝히는 것으로 끝냈으나 대구에만 이런 성인오락실은 줄잡아 200여곳이 성업중이다. 과연 다른 곳에는 비리가 없을까. 일반시민들도 그렇잖다고 인식할 것인바 검찰의 이번 수사는 서둘러 봉합하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이런점에서 이번 검찰수사는 초입에서 끝낸 것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정주체인 검찰이 왜 이렇게 느슨해지는지 이해가 안간다. 현장실상이 이러한데 정부차원의 공직사정이 제대로 될리 없음을 이번 사건은 교훈으로 남기고 있다. 정부의 좀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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