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사교육비는 갈수록 늘고...

일본인 모모세 다다시가 '한국의 경제가 살아나려면 과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 글이 기억난다. 그는 몇 년 전 '한국이 죽어도 일본을 못 따라잡는 18가지 이유'라는 책에서 '엄청난 돈이 비생산적으로 소비돼 자금 흐름의 왜곡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 '과외 망국론'이 대두된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사교육비가 줄어들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과외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초등학생의 경우 한두 과목이라도 과외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을 찾기 어렵고 7,8 과목이나 겹쳐 밤 늦게까지 자녀의 얼굴을 보기 힘든 학부모들마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과외비 지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가정이 적지 않고, 가계 지출의 절반 이상이 사교육비라는 통계까지 나와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99년도 사교육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과외비 지출 총액이 6조7천710억9천800만원으로 교육부 예산의 35% 수준이다.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86만5천원, 1가구당 192만5천원을 사교육비로 쓴 셈이다. 더구나 이 조사는 학생들의 순수한 과외비만 대상으로 했고, 유치원생의 과외비는 제외했기 때문에 실제 액수는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왜 사교육비가 늘어나기만 하는 것일까. 새 대학입시제도, 보충수업 폐지, 수행평가 실시 등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 일련의 교육정책이 되레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더 큰 불안감을 안겨 주고, 학교교육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덧나고 있는 현상이 아닐까.

아무튼 우리는 이제 과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가르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지극한 사랑이 과외라는 블랙홀에 돈만 쏟아붓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리의 잘못된 교육열이 합리적으로 바뀌는 신호가 사교육비 줄이기로 옮겨가고, 정부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특단의 금지 조치가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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