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말 국내 최초로 포항공대에 방사광 가속기가 준공됐다. 과학계는 흥분으로 들떴고 각 언론은'한국 과학창달의 초석''과학기술 혁신의 기념비적 업적'등으로 평가했다.
포항방사광 가속기는 포철과 정부가 7년동안 총 1천500억원을 투입한 최첨단 연구시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연합(EU), 미국, 대만,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5번째로 3세대형 방사광 가속기 보유국이 됐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산증인인 포항 가속기 연구소 기반기술부 기계 1팀장(책임연구원) 김동언(38)박사. 김 박사는 지난 90년 8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곧바로 포항에 내려와 가속기 건설에 참여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한마디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강력한 빛(종래 광원의 100만배 정도)을 만들어 원자, 분자 등 극미세 물질의 구조를 규명하는 첨단 연구에 필수적인 장치. 지금까지 상상도 못하던 밝은 빛을 만들어 물리,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 연구는 물론 생산기술, 신소재, 재료공학, 의학, 제약 등 응용과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이용할 수 있는 21세기 과학기술의 총아이다. 김 박사는 오자마자 곧바로 가속기의 핵심 장치인 전자석의 설계, 측정, 설치에 참여하게 된다. 김 박사 연구팀은 포항방사광 가속기에 설치된 초정밀 전자석을 자체 기술로 설계, 제작, 설치함으로써 이분야에 있어 국내외 과학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포항방사광 가속기는 김 박사팀의 전자석 뿐만 아니라 대출력 전원공급장치, 진공챔버 등 대부분의 가속기 핵심부품들을 자체 기술로 제작 설치, 주목을 끌었다. 김 박사는 요즘 3세대형 가속기의 핵심이라 불리는 정밀 삽입장치(insertion device)의 설계, 제작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가속기는 크게 전자를 가속시키는 선형가속기, 가속된 전자가 5시간이상 300억번 회전하면서 원형운동하는 저장링, 발생된 방사광을 실험장소까지 유도하는 빔라인, 방사광의 강도와 밀도 및 분광속도를 더욱 증가시키는 삽입장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삽입장치는 전자빔의 위, 아래로 수많은 전자석을 배열, 그 자기력으로 뱀모양 형태로 운동하게 하게 함으로써 그때마다 나오는 방사광이 모두 합해져서 휨자석(Bending Magnet, 전자가 한번 꺾일때 나오는 방사광)에서 나오는 방사광보다 작게는 100배, 많게는 1만배까지 밝은 빛을 얻을 수 있다.
이때문에 선진국의 경우도 방사광 가속기의 효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삽입장치 연구 개발에 모든 힘을 쏟고 있는게 현실.
현재 포항방사광 가속기에 한대 설치된 'U7 '라 불리는 언듈레이터 삽입장치는 김 박사가 설계, 제작, 설치한 것.
이 설비는 무게 20t에 이르는 거대한 설비임에도 불구, 전체적인 조립, 가공 오차가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다. 또 강한 X-ray를 발생시키는 위글러도 올해초 설계에 들어갔으며, 2002년쯤 설치될 예정이다. 김 박사는 "위글러 X-ray 광원은 요즘 한창 떠오르고 있는 국내 바이오 산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94년 준공후 지난해 말까지 포항방사광 가속기의 이용 연구실적은 모두 512과제(이용자 2천243명)로 해마다 늘고 있다. 그중 세계 최초의 4기가 D램(RAM) 공정 개발, C형 간염 바이러스 RNA 분자구조 규명(포항공대) 등은 세계적인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외 고분자상에서의 초고분자구조 규명, 방사광 X-ray를 이용한 생체의 미세조직 촬영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들.
하지만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가속기 운영비을 떠맡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앞으로 계속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김 박사는"방사광 가속기는 대학연구소가 아닌 정부차원의 연구소인 만큼 과학발전을 위해서도 계속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林省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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