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망국병 부활 우려 한목소리

과외를 금지한 법률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자 학부모, 교사, 교육관련 단체 등은 과외의 무차별 확산과 고액과외 열풍, 공교육의 붕괴 등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에 부실화된 공교육을 되살리고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정부의 획기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학부모=벌써 과외비 걱정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재우(45)씨는 "아이들에게 과외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경제력 부족의 핑계를 대왔는데 이제 무슨 말을 할 지 막막하다"면서 "혹시 아이들이 돈이 없어 공부도 제대로 못한다는 상처를 입을까가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3 학부모 김모씨는 "입시를 코앞에 둔 아이에게 당장 과외를 시켜줘야 할텐데 어떻게 감당할지 큰 일"이라면서 "몇백만원짜리는 못 시켜도 남들이 다 하는데 가만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교육관련 단체=한국교총은 성명을 통해 "사교육 시장 개방으로 계층간 교육적 불평등이 심화돼 사회문제로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교육재정 확충을 통해 공교육이 사교육을 압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데 정책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가뜩이나 학교현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공교육 체제가 붕괴될 지도 모른다"면서 "학교를 살리기 위한 교육환경 개선, 일관성 있는 입시제도 개혁, 입시 위주의 학교문화 혁신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논평했다.

▲교육계=교사와 학교 관계자들도 사교육 시장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과 학교 붕괴에 대한 우려 일색이었다. 박창기 경화여고 교감은 "부유층에서 과외가 시작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다"면서 "학교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이 높아질 게 분명한데 어떻게 대처할 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성한 덕원고 교장은 "교사들이 더 많이 연구해야 사교육과 경쟁할 수 있는데 현재 여건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교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모색되지 않을 경우 사교육시장으로 뛰어드는 교사도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호상 대구시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은 "교사들은 수업에 충실하고 학생들은 학교공부를 우선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상북도 교육청 관계자는 "도농간 교육환경 격차가 심화돼 농어촌 교육이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네티즌=27일과 28일 PC통신과 인터넷에도 찬반의견이 쏟아졌다. 하이텔 한 이용자(ALF3)는 "어머니가 과외수업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업전선에 나서는 판에 공교육의 역할이 없다"고 과외허용 결정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또다른 네티즌(Iss2929)은 "과외허용으로 결국 상류층의 기득권만 유지해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네티즌들은'이제 돈있는 집 애들만 대학간다''전직 비리대통령과 과외간 함수관계'등의 제목 아래 과외로 빚어질 계층간 위화감을 우려했다. 과외허용에 찬성의견을 낸 네티즌은 "운동량이 부족하면 체육관을 찾는 것처럼 부족한 학습내용은 과외를 통해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柳承完.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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