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교육 시장 전망

공교육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돼왔던 '과외 금지'마저 무너지면서 사교육 시장에 일대 회오리가 예상된다.

그 동안의 입시과열에 비춰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릴 것은 분명한 사실. 여기에 과외 교사 증가, 과외 형태와 범위 확대 등 갖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사교육 시장의 주역이었던 학원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두드러질 현상은 과외 교사의 대대적인 증가. 이번 결정으로 현직 교사나 대학교수를 제외하고는 누구나 과외선생이 될 수 있다.

학원밖 교습행위가 금지돼온 학원강사가 과외시장의 선두에 서고 퇴직교사는 물론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주부들도 대거 과외대열에 합류할 전망. 미취업 대졸자나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사범대 졸업생들 가운데는 아예 '프로' 과외 교사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우에 불만을 품은 현직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는 상황도 읽을 수 있다.

과외교습 허용대상도 크게 확대돼 학부모들의 허리띠를 전방위로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국어, 영어, 수학 등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 과외가 금지돼온 초등학생도 과외가 가능해졌다. 수능시험을 앞둔 고3의 경우 당장 과외러시가 일어날 소지가 크다.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돼 중하위권 수험생도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상위권 중심의 과외가 전체로 확산된다는 것이다.특기.적성 교육을 강조하는 2002학년도 이후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경우 컴퓨터, 외국어, 체육, 예술 등 갖가지 과외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과외교사들의 과장광고에 현혹돼 피해를 볼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는 뜻.

학원을 중심으로 한 기존 사교육 시장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선 소규모 보습학원은 과외에 밀려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도 있다. 중대형 학원들도 강사 관리 문제가 머잖아 불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명 강사들의 경우 개인 교습에 중점을 두면서 학원 수업은 줄이려 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개인과외와 학원간 경쟁 속에서 사교육의 형태도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학생들이 선보인 기업형 과외, 몇 개 과목을 묶어 가르치는 패키지형 과외, 유명 강사 예약제 등. 이 과정에서 과외교사와 학생들을 연결시켜 주고 소개료를 받는 과외알선 전문가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고액과외는 범위를 점차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명 학원강사나 경력 좋은 퇴직 교사들이 수백만원대 고액과외를 주도하는 반면 주부나 대졸자들은 '중저가' 과외로 바닥을 훑을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과외에서도 빈부격차를 느껴야 하는 최악의 상황도 예측해볼 수 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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