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다. 세계의 대형(大兄)을 자처하며 베트남전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보스니아 내전(內戰)에 개입, 눈깜짝 않고 폭탄을 퍼붓는 강인한 측면이 있나하면 쿠바 난민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의 강제 송환을 둘러싸고 며칠째 전국이 들끓으며 홍역을 치르는 물러터진 일면 또한 갖추고 있으니 말이다. 쿠바난민소년 엘리안군의 송환을 둘러싸고 지금 미국을 들끓게 하는 것은 한장의 사진, AP통신과 계약한 프리랜서 앨런디아즈가 찍은 바로 그 사진때문이다. 엘리안군 송환 문제는 국법수호 차원에서 "송환돼야 한다"고 결론이 났다. 그렇지만 막상 MP-5 자동소총을 겨눈 이민귀화국(INS) 요원의 총부리 앞에 아버지에 안긴채 울음을 터뜨린 엘리안군의 모습이 담긴 문제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어째 이런 일이 있을수 있는가 라는 동정론이 새삼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따져보면 엘리안군 사건의 본질은 불법 입국한 난민을 강제 송환토록 돼 있는 현행법을 지키겠다는 미국정부와 이에 맞서 여섯살 짜리 소년의 운명을 독재자 카스트로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쿠바계 미국인들의 반발로 요약된다. 실상 한달에도 밀입국 쿠바 난민이 수십명씩 강제송환 되고 있는 터수에 강제송환 자체가 큰 이슈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은 누가봐도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인의 관심을 증폭시킨 것은 사선(死線)을 넘은 밀입국자가 6세의 철부지 소년인데다가 재닛 리노 미국 법무장관의 소신있는 처신이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리노장관은 엘리안군의 신병을 확보하는 장면을 은폐해야 된다는 측근들의 당연한(?) 건의를 물리치고 당당하게 보도토록 허용한 것이다. 그는 진상을 은폐해서 구구한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보도를 허용함으로써 법집행의 정당성을 당당하게 주장한 것이다. 사진이 공개된후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과 많은 미국인들은 "리노 장관이 미국이 법이 지배하는 나라임을 다시한번 일깨웠다"고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의 법치(法治) 수준을 다시한번 생각케 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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